대법 판결에도 자료 안내놔…행정법원도 “강제집행”
누적 배상금만 5억원대…“공사비 부풀리기 노출 탓”
누적 배상금만 5억원대…“공사비 부풀리기 노출 탓”
정보공개 판결 이후 1년 넘게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국토해양부에 법원이 5억여원의 배상금 집행을 선고했다. 수억원의 배상금에도 국토부가 내놓지 않은 자료는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하도급 내역서’로, 이 도로는 공사비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민간투자사업이다.
함형욱(47)씨는 2007년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건설 하도급 내역서’의 공개를 청구했다. 하도급 내역서는 건설사가 정부 등의 공사를 따낸 뒤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 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 명세를 모은 자료다. 국토부 장관은 “민간투자사업이니 시행사인 서울춘천고속도로㈜에 문의하라”며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소송을 낸 함씨는 2009년 대법원에서 정보공개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자료의 일부만 공개했고, 함씨는 다시 소송을 내어 지난해 2월 “정보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0만원씩 강제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국토부가 내역서 1698쪽만 공개한 채 여전히 30여건의 하도급 내역 공개를 거부하자 함씨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대해 25만원의 압류를 집행했다. 이에 국가는 “가지고 있는 정보는 모두 공개한 것으로 강제집행은 부당하다”며 25만원 집행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조일영)는 “이 공사의 주무관청 또는 책임감리 발주처인 국토부가 하도급 내역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간접강제집행은 계속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하도급 내역을 감리자에게 통보하지 않을 경우, 국토부 장관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함에도 국토부는 이러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법원 판결로 ‘1일=100만원’의 강제집행이 유지됨에 따라, 1일 현재 함씨가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5억2200만원에 달한다.
함씨는 “수억원의 배상금에도 국토부가 자료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하도급 내역서가 공개될 경우 민간사업자의 ‘중간마진’이 드러나 ‘부풀려진 공사비’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투자사업은 애초 정부 예산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사회간접자본에 민간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됐지만, 비싼 공사비와 최소 운영수입 보장 때문에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2009년 7월 개통된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는 애초 교통량 분석보다 차량 통행량이 적어, 정부는 △2009년 93억원 △2010년 260억원의 수입을 민자사업자에게 보전해줬다. 그럼에도 정부는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해 국가예산을 절감했다”며 이 사업을 추진한 국토부 소속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 11명에게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을 수여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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