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헌재 재판관 후보, 두달넘게 국회 인준 표류
한명 빠진 채 8명이 회의…헌재 결정 위축 우려
국회 “후임자 30일내 임명” 법개정 해놓고 무시
한명 빠진 채 8명이 회의…헌재 결정 위축 우려
국회 “후임자 30일내 임명” 법개정 해놓고 무시
조용환(52)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가 여·야 대립으로 차일피일 늦춰지면서 국회가 ‘헌법적인’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지난해 헌법재판관의 업무 공백을 막으려고 임기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한 바 있어, 입법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헌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7월10일 조대현 전 재판관의 퇴직 이후 헌재는 1명이 모자라는 8인 체제로 두 달 넘게 운영되고 있다. 야당 추천 몫인 조 전 재판관의 후임인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미뤄진 탓이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국회 몫은 여·야가 1명씩, 여·야 합의로 1명을 지명한다. 헌법에 규정된 건 아니지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국회 몫의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보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는 지난해 5월 헌법 재판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헌재법을 개정했다. 기존의 헌재법 제6조 3항은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돼 있었다. 그 결과 전임자의 퇴직과 후임자의 임명 사이에 공백기간이 더러 발생했다. 2006년 8월13일 퇴임한 권성 재판관의 경우 후임 재판관 임명까지 32일의 공백기가 있었다. 바뀐 현행 규정은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로 돼 있다.
개정 입법을 대표 발의한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위헌 결정 등에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헌법재판의 특수성에 비춰 재판관의 공백은 국민이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개정안 제안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관의 공백을 막겠다며 룰을 만든 당사자들이 정작 이를 어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재판관 1명이 빈다고 당장 심리나 선고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헌재 안팎에선 재판관 9명의 합의제 기구라는 헌재의 설립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헌재법상 재판관회의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하지만 헌재가 법률의 위헌 여부나 헌법소원의 인용 여부 등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1명의 존재 유무가 무척 중요하다. 가령 재판관 8명의 의견이 위헌 5 대 합헌 3으로 나뉠 경우, 공석인 재판관 1명의 의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직결돼 있다”며 “헌재는 재판관 9명의 합의체로서 완성도를 갖는 것인데 재판관 1명이 공석인 상태에선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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