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카이스트(KAIST)의 박사과정 학생이 외국 대학교수의 논문을 표절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카이스트는 정보기술(IT) 분야 박사과정 학생인 ㄱ씨가 2009년 12월과 지난해 4월 한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거나 게재 승인을 받은 논문 2편이 대만 국립교통대 교수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런 사실은 대만의 해당 교수가 최근 카이스트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학교 조사 결과, 서울 유명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카이스트에 진학한 ㄱ씨는 2009년 7월 국제학술지 쪽에서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심사를 요청한 대만 교수의 논문 3편에 대해 지도교수 몰래 ‘게재 반대’ 의견을 보낸 뒤 해당 논문을 표절했다. ㄱ씨는 이 과정에서 전자우편 계정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 지도교수를 제치고 자신이 직접 학술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결국 대만 교수의 논문들은 ㄱ씨의 반대 의견으로 학술지에 실리지 못했다.
카이스트는 표절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학술지에 문제의 논문을 삭제하고 게재 승인된 논문에 대해서는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대만 교수와 대학에 인사·징벌 조처 결과를 알리고 사과문도 보내기로 했다. 카이스트 쪽은 “표절 행위를 한 ㄱ씨를 학생상벌위원회에, ㄱ씨의 지도교수는 교원인사위원회에 통보해 위원회가 16일 열릴 예정”이라며 “사안의 심각함으로 볼 때 ㄱ씨는 제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쪽은 오는 23일 교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윤리 특강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학부·대학원생들은 2009년부터 의무적으로 연구윤리 과목을 수강하도록 돼 있으며,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졸업 필수요건이다. 지난 2004년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잡지인 <네이처>에서 카이스트 출신 박사의 학술지 게재논문 8편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고 공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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