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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습기 살균제 세 통, 그 뒤…3살 준식이는 세상을 떠났다

등록 2011-09-19 20:31수정 2012-11-26 13:53

‘원인미상 소아 폐손상’ 대응나선 피해자들
하루 10㎖씩 사용 석달만에 폐에 구멍…40일만에 사망
전문가들 “살균제로 인한 임산부 폐 손상과 증상 같아”
유사 피해 가족들, 제조업체 소송 검토…20일 기자회견
2008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교수 9명은 2006년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입원했던 아이들 15명을 연구해 논문을 썼다. 교수들은 독감을 앓은 아이들이 며칠 만에 호흡곤란을 겪고, 곧이어 폐세포가 손상된 점에 주목했다. 이른바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 15명 가운데 7명이 숨졌다. 하지만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어떤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았을까” 추정했을 뿐이다.

당시 아산병원 의사로 연구에 참여한 전종근 부산대 의대 교수는 19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급성 간질성 폐렴이 단발적으로 한두 건 발생했지만, 2006년 즈음에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원인을 알고 싶었다”며 “당시 역학조사를 하지 않아 가습기 살균제는 생각지 못했지만, 그때 어린 환자들의 증상은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한 간질성 폐렴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 등이 쓴 논문은 급성 간질성 폐렴을 다룬 국내 최초의 논문이었다.

서울에 사는 준식(가명·3)이에게도 지난 1월17일 갑자기 감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동안 매일 가습기 살균제 10㎖를 가습기에 넣고 잔 터였다. 준식이 엄마 이정민(가명·33)씨가 말했다. “아이가 갑자기 피곤해하더라고요. 입맛도 없는지 좋아하는 음식도 안 먹고. 동네 소아과에선 보통 감기라고 했죠.”

하지만 일주일 뒤 준식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늑막 안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었다. 사흘 뒤 준식이는 혼자 숨을 쉬지 못했다. 폐에선 섬유화(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진행됐다. 의사도 정확한 병명을 몰랐다. 준식이는 병원을 찾은 지 41일 만인 2월27일 오후 1시에 숨을 거뒀다.

하지만 엄마는 준식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준식이의 유골함은 아직 거실에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한 달에 한 통씩 딱 세 통을 썼다. 이씨가 영수증 석 장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준식이가 저세상에 간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유골함을 못 보낼 것 같아요.”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말 임산부들에게 발생한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병원에 입원한 20살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다. 살균제가 원인이라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더 큰 규모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간질성 폐렴을 앓은 아이들의 엄마 수십명은 최근 여러 인터넷 카페 등에 모여 살균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 등 집단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이 단체 누리집(eco-health.org)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제보센터’도 열었다. 이들은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가습기 살균제 판매 금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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