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vs 사실 다른점은
영화 <도가니>가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다. 큰 틀에서 영화와 실제 사건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소설을 거쳐 영화화되다 보니 일부 픽션이 가미되기도 했다.
■ 성폭력 피해자는 4명? 9명? 영화 속 피해자는 모두 4명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에서 피해자가 9명이라고 판단했고,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는 12명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속 성폭력 가해자는 교장 등 3명에 불과하지만, 인권위의 결정문을 보면 교장 등 6명이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기소돼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가 기각된 교사는 그 뒤 학교로 복귀했다.
■ 가해자 모두 집행유예 판결? 영화를 본 시민들이 가장 분노했던 건 1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였다. 논란이 커지자 광주고법은 “영화와 실제 사건에 다른 대목이 있다”며 해명자료까지 냈는데, 당시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10부는 김강석 교장에게 징역 5년 등 유죄가 인정된 사람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성폭행 혐의로 이 재판에 앞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교장의 동생(김강준 행정실장)은 성추행 등의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8월의 실형이 추가됐다.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항소심인 광주고법 형사1부다. 김 교장과 이구현 생활재활교사는 피해자와 합의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김 행정실장 등의 항소는 기각돼 실형이 확정됐다. 인권위의 고발을 통해 기소된 가해자 6명 가운데 처벌을 받은 이들 4명 이외에 2명은 피해자가 고소기간(1년)을 넘겼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고소가 이뤄져야 공소제기가 적법한데, 1년이 경과한 뒤에 고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 집행유예는 ‘전관예우’의 결과? 인화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은 검찰에 기소된 뒤 영화와 같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1심 변호사 2명은 2005년까지 각각 광주지법 판사와 광주지검 특수부장을 지내다 이듬해 개업한 사람들이었다. 2006년 12월에 기소된 것을 고려하면, 가장 ‘따끈한’ 전관 변호사를 점찍은 셈이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선 실형이 선고돼 전관의 ‘약발’이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뒤 2심에선 2001년 광주지법 판사에서 퇴직한 변호사가 새로 선임됐고, 그 뒤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화에선 당시 주임검사가 사건을 축소해준 뒤 그 대가로 대형 로펌에 ‘스카우트’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재는 다르다. 주임검사 2명은 지금도 검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증거지만 법정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 시디(CD)도 실제 사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에선 피해자 2명이 열차 사고 등으로 숨졌다고 했지만, 실제 피해자 가운데 사망한 사람은 없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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