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성추행 의대생 모두 실형
법원 “피해자와 합의없어” 구형보다 무거운 판결
일부 ‘도가니’ 영향 시각도…변호인은 즉각 항소
법원 “피해자와 합의없어” 구형보다 무거운 판결
일부 ‘도가니’ 영향 시각도…변호인은 즉각 항소
예상외로 실형이 선고되자 방청석은 크게 술렁였다.
같은 학과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고려대 의대생 3명에게 1심 판결이 선고된 30일, 서울중앙지법 513호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박아무개씨와 한아무개씨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재판 내내 완전 무죄를 주장했던 배아무개씨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이 선고받은 형량 2년6월~1년6월은 검찰의 구형(징역 1년6월)보다 높았다. 특수강제추행죄의 법정형량은 징역 3년 이상으로, 검찰이 딱 절반인 1년6월을 구형하자 법조계에선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들이 전과가 없는데다, 법원에 2500만원~1000만원의 공탁금까지 건 터라 이런 예측이 더욱 힘을 받았다. △상당금액의 공탁 △진지한 반성 △전과 없음 등은 집행유예 선고기준에서 ‘긍정적’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받게 된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박씨 등은 피해자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친구들로서 6년간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이 범행으로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지극히 개인적인 신상정보와 사생활 등의 노출로 현재까지 고통스럽고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겪고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실형 선고의 이유로 적시했다.
박씨 등 가해 학생들이 학교 징계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같은 학과 동기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라는 것을 하면서 설문 항목에 ‘피해자의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 아니다’를 넣어 피해 여학생에게 2차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애초 예상과 달리 실형이 선고되자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성폭력 엄벌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조원경 공보판사는 “성폭력특별법의 특수강제추행은 법정형이 3년 이상이고, 법원이 최대한 감경을 해도 1년6월 이하를 선고할 수는 없다”며 “결코 과한 선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구형 당시 감경사유를 미리 적용해 최저 예상형량인 1년6월을 구형한 게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성범죄 관련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인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어 재판부도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의 변호인이 이날 곧바로 항소해,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유무죄와 형량 등을 놓고 다투게 됐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