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의사, 위험성 알릴 의무”
한의사가 양약을 먹고 있는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중복 복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잘못된 한약 처방으로 간이 손상됐다며 박아무개(46)씨가 한의사 김아무개(49)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약의 위험성은 한약의 단독작용뿐 아니라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한의사인 피고가 환자인 원고에게 간 손상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2년 3월 서울 ㄱ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2004년 1월부터 치료제인 혈당강하제 등 양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2005년 1월 골프연습장에서 알게 된 한의사 김씨에게서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뒤 간부전(세균감염이나 중독으로 인한 간 기능 저하)이 발생해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되자 김씨를 상대로 4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한의사에게 일반적인 한약의 부작용을 고지하는 것 이상의 설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박씨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인 바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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