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환 “법관의 독립은 생명과 같아”
김지형 “사적 정의에 흔들리지 말아야”
김지형 “사적 정의에 흔들리지 말아야”
박시환(58·사법연수원 12기·사진 왼쪽), 김지형(53·˝ 11기·오른쪽) 대법관이 18일 퇴임식을 하고 각각 24년, 27년에 걸친 법관 생활을 마감했다. 두 대법관이 물러남에 따라 이른바 ‘독수리 5형제’(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대변한 진보적 성향의 소수의견을 많이 낸 대법관 5명을 비유한 말) 중에선 전수안(59·˝ 8기) 대법관만이 현직에 남게 됐다.
박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수나 강자의 입맛에 맞게 통제되고 순치되는 법관으로는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의 이익을 두루 살피고 다양한 가치관에 따라 창조적인 법해석을 통한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법관은 “법원이 다수자의 이익을 보호해 주면서도 동시에 소수자가 무엇을 아파하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못한다면 법원은 다수자들의 법원에 머무르게 된다”며 “그 바깥으로 밀려난 자들은 버려진 사람으로 남아 하소연할 데 없는 아픔을 품고 잊혀진 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은 사법권의 생명과 같다”며 “법관의 자율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성찰과 진정성, 법관을 길들이려는 시도에 맞서는 담대한 용기를 통해 스스로 싸워서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지형 대법관도 “법관의 진정한 독립은, 법관이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선언하는 책무를 다할 때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법관과 법원을 믿지 못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처음부터 사회에 믿음을 바랄 수만은 없다”며 “우리 사회의 믿음은 법관과 법원이 사적 정의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르게 나아갈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에서 나와야 산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법관을 마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저의 첫사랑인 법원을 지키겠다”는 말로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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