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 지급 거부 ‘위법’ 판결
법원이 지난해 구제역 발생 이후 방역작업에 동원돼 과로를 한 나머지 출근길에 숨진 축협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도 양주시까지 확산되자 양주축산업협동조합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양주축협 경제기획팀에 근무하던 민아무개(32)씨는 당시 고객관리 등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었지만, 구제역 차단을 위해 평일과 주말에 방역작업에도 동원됐다. 민씨는 올해 1월1일부터 2월7일까지 40여일 동안 밤 10시까지 연장근무를 12차례 했고, 3~4일에 한번꼴로 당직근무도 섰다. 민씨는 2월12일에도 주말 방역작업에 나갔고, 집에서 하루를 쉰 다음 이튿날 아침 출근길에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민씨의 사망 원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판단했다. 유족은 이를 과로 때문인 것으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량의 일부 증가가 인정되지만 기존 질환의 악화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된다”며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는 “구제역 방역작업으로 평상시보다 2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출근해 밤 9시30분까지 빈번하게 연장근무를 하는 등 업무의 양이 감내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보이고, 방역작업 역시 서류 등을 다루는 기존의 고유업무와는 성격이 달라 과중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씨는 단기간 누적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숨졌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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