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 대포를 맞고 항의하고 있는 허재현 기자. ‘하니TV’ 촬영 화면 캡처.정주용 피디
[현장에서] ‘퍽’ 하고 누군가 때리는 느낌
10분만에 옷이 꽁꽁…머리칼엔 고드름이
10분만에 옷이 꽁꽁…머리칼엔 고드름이
23일 밤 9시께.
서울광장 앞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의 모습을 취재하고 있었다. 한 남성이 손팻말을 들고 경찰차량 앞으로 걸어갔다. 순간, 저 남성을 사진에 꼭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카메라 모드로 전환해 그 남성 앞으로 달려갔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었다.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몸을 강하게 들이쳤다. 누군가가 등을 ‘퍽’하고 때리는 느낌이었다. 경찰이 쏜 물대포였다. 온 몸이 순식간에 얼음장이 되었다. 하늘을 향해 흩뿌린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정조준해 쏜 물대포였다. 조준 대상은 기자였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시위대로 보였던 건지, 아니면 기자를 정 조준해서 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화가 났지만 취재를 포기하고 인도로 도망갔다.
취재하다가 물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일이지만, 경찰이 사진을 찍고 있는 취재진을 정조준해 물대포를 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경찰에게 다가가 “왜 기자에게 물대포를 쏘느냐”고 따졌다. 다른 몇몇 시민들도 몰려와 “이렇게 추운 날씨에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따졌다. 그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책임자는 “그러니까 빠지라고 그럴 때 빠졌어야죠”라는 대답만 되풀이 했다. 경찰은 진압에 들어가기 전 늘 기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시위대와 분리된 곳에 서라”는 경고방송을 한다.
주변을 되돌아보았다.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대로 서 있었다. 수압이 어찌나 세었는지 한 시민이 들고 있던 우산은 구겨진 것처럼 부서져 있었다. 마침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날 집회에는 여대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들의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
물대포를 맞고 10여분 흘렀을까. 입고 있던 옷을 살펴보곤 깜짝 놀랐다. 옷이 동태 말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얼어버린 것이었다. 옷에 스며든 물이 증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 탓이었다. 몇몇 시민들의 머리칼은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변했고 고드름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현장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경찰에 권고합니다. 물대포 중지하세요. 겨울에 물대포는 반인권적입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람 죽을지도 몰라요. 제 옷이 얼음장처럼 얼어버리더군요. 물포 맞은지 10분도 안돼서 그랬습니다.” 경찰이 읽었을까.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3월 서울 경찰청 간부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현장에서 물대포 맞아본 내 느낌은 이렇다. “죽진 않더라도 죽을 것처럼 춥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얼음같이 차가워진 옷을 뒤집어 쓰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데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오한이라는 게 이런 건가? 이게 저체온증 초기 증상인가? 걱정이 되어 집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로 몸을 데웠다. 트위터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니 “감기에 걸렸다”는 한 여대생의 답변이 도착했다. 겨울철 물대포 사용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23일 ‘얼음물대포’ 현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이었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물대포를 맞고 10여분 흘렀을까. 입고 있던 옷을 살펴보곤 깜짝 놀랐다. 옷이 동태 말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얼어버린 것이었다. 옷에 스며든 물이 증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씨 탓이었다. 몇몇 시민들의 머리칼은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변했고 고드름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현장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경찰에 권고합니다. 물대포 중지하세요. 겨울에 물대포는 반인권적입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람 죽을지도 몰라요. 제 옷이 얼음장처럼 얼어버리더군요. 물포 맞은지 10분도 안돼서 그랬습니다.” 경찰이 읽었을까.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3월 서울 경찰청 간부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현장에서 물대포 맞아본 내 느낌은 이렇다. “죽진 않더라도 죽을 것처럼 춥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얼음같이 차가워진 옷을 뒤집어 쓰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데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오한이라는 게 이런 건가? 이게 저체온증 초기 증상인가? 걱정이 되어 집에 들어가자마자 뜨거운 물로 몸을 데웠다. 트위터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니 “감기에 걸렸다”는 한 여대생의 답변이 도착했다. 겨울철 물대포 사용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23일 ‘얼음물대포’ 현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이었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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