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교수(왼쪽)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교육감 재판’ 쟁점
증인들 잇따라 진술번복
핵심 3명 오늘 대질신문
증인들 잇따라 진술번복
핵심 3명 오늘 대질신문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매수 사건 재판이 8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합의에 참석한 핵심증인 3명이 함께 법정에 나와 대질신문을 벌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첫 증인신문을 시작한 이 재판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초기에 단순해 보이던 구도가 복잡해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는 애초 한 달 안에 증인신문을 끝내고 12월 초에 선고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증인신문은 12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 사전합의 몰랐어도 유죄? 곽노현 교육감 쪽 변호인은 곽 교육감이 합의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법정에 섰던 증인들은 입을 모아 곽 교육감은 합의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후보직을 사퇴한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 마저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곽 교육감이 몰랐다 하더라도 ‘유죄’라는 검찰의 주장을 곽 교육감 쪽이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232조 1항2호는 후보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자’에게 이익을 제공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사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 뒤 후보자 간 금전 거래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판부 역시 사전 약속이 없었어도 유죄라고 공직선거법을 해석한 국내외 자료를 제시하고, 변호인 쪽에 반박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변호인은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모두 다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 진술조서 번복하는 증인들 검찰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증인들이 늘면서 검찰도 불안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검찰 조서에는 박 교수 등이 2억원을 사전합의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적혀 있지만, 증인 대부분은 법정에서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
검찰은 ‘단일화 합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박 교수의 기록을 제시하며, 박 교수에게 2억원이 단일화의 대가가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박 교수는 “(진보) 진영에서 도의적 차원으로 돕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 조서에 ‘단일화 명목’이라고 했을 뿐”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심지어 박 교수는 “진영에서 나를 돕는다고 생각했지 2억원을 곽 교육감으로부터 받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2억원의 출처가 곽 교육감이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 쪽이 공소시효를 피해 돈을 전달했다는 강경선(58) 교수의 진술 역시 애매해졌다. 강 교수는 “돈을 주기로 하고 캠프 쪽 사람에게 물었더니 공소시효란 것이 있고, 그게 6개월로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 뿐이다”며 “‘위법’이라고 인식해 반드시 피해서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박 교수는 무죄보다 ‘명예회복’ 2억원의 대가성보다 박 교수에게 중요한 건 그동안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박 교수는 “처음부터 당선 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역정을 내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박 교수는 “그해 3월 여론조사에선 내가 1등이었고, 당시 최소 20% 이상은 득표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살이 우려돼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죽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고 반박했고, 곽 교육감 당선 뒤 무리하게 인사지분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과장 자리 10개, 지역국장 10개 등을 요구했다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