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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급변사태 오나’ 촉각…시민들 대체로 차분

등록 2011-12-19 21:02수정 2011-12-20 10:41

정국혼란·경제불안 걱정
탈북자·실향민들은 ‘반색’
19일 정오께 방송 뉴스 등을 통해 전해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믿을 수 없다. 사실이냐”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탈북자와 실향민들은 “통일이 좀더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 속에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사태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못했다.

이날 12시께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던 직장인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던 누군가 “김정일이 죽었대”라고 소리치자 “에이~거짓말”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재우(30)씨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 다들 농담인 줄 알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며 “이제 한 시대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 속보를 지켜보던 조상환(66)씨는 “남북 간 평화를 위해 성과를 만들어 놓고 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세 혼란으로 인한 경제 불안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남아무개(30)씨는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정국이 혼란스러울까 두렵다”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10일 입대를 앞둔 신승철(20)씨는 “곧 의정부 훈련소로 입대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걱정”이라며 “모쪼록 무력충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인터넷도 술렁였다. 트위터 이용자 ‘unh***’는 “김정일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몰랐다면, 현 정권에서 대북 라인이 전멸했다는 얘기”라며 정부의 대북 정보력의 한계를 질타했다. 트위터 이용자 ‘bor****’은 “북의 동향을 주시·대비하면서도 북을 자극하는 언행을 금하고 인도적 사업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탈북자들과 실향민들은 대체로 김 위원장의 죽음이 북한 사회의 개방과 한반도 통일을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2002년 탈북했다는 김아무개(39)씨는 “탈북자들은 사실 김 위원장의 죽음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그 사람 때문에 숱한 사람이 죽고 고생했는데, 앞으로는 북한 정권이 좀더 개방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향이 강원도 통천이라는 이북5도민회중앙연합회 장성규(89) 회장은 “갑자기 통일이 한 걸음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져 죽기 전에 고향에 가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향민 오아무개(73)씨는 “이제 겨우 서른도 안 된 애(김정은)가 20년 후계수업을 받은 김정일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혹시 북한 내부에서 소요사태라도 나면 남한도 불안해질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진보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반응은 서로 엇갈렸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성명을 내어 “남쪽 최고지도자와 함께 6·15, 10·4 선언을 발표한 김 위원장의 업적은 민족과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남북 정상 선언의 주역이 모두 고인이 된 시점에서 온 겨레가 단합을 이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어 “김 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 정세를 격랑에 빠져들게 할 충격적 소식”이라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발생했던 불필요한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정부가 진중하고 성숙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김정일의 통치는 북한과 한반도, 세계 인민들 모두에게 재앙이자 절대악이었다”며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 민주화의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며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해방의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희망한다”고 평했다. 함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 대표도 “김정일이 오래 산다면 3대 세습 구도가 공고해지고 북한 해방도 어려웠을 텐데 김정은 후계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해 다행”이라며 “민족의 국운이 튼 날”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이경미 김지훈 정환봉 박태우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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