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 밖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고법 “5만달러 수수, 신빙성 부족·증거 없어”
‘5만달러’(한화 약 5700만원)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7)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성기문)는 13일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곽영욱(71) 전 대한통운 사장이 건넨 돈 5만달러를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곽 전 사장에 대해선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50만달러(한화 약 5억7000만원) 횡령 부분을 무죄로 파기하고, 32억여원의 횡령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총리공관 오찬장의 구조와 당시 상황은 뇌물을 전달하기에 매우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곽 전 사장의 뇌물 전달 방법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합리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부족하고, 그밖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해선 “곽 전 사장 쪽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조서의 진정성과 임의성을 모두 인정했고, 곽 전 사장 역시 검찰 수사에 협조함으로써 자신의 형기를 줄이려는 자발적 동기가 있는 등 임의성이 부정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1심과 달리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했다.
항소심 법원은 또 1심에서 판단조차 하지 않았던 ‘골프채 선물’ 등에 대한 판단도 내놓았다.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이 골프채 등의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친밀한 사이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산 골프채를 한 전 총리가 받기를 거부하자, 곽 전 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선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5만달러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재판이 끝난 뒤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이겼다”며 “표적수사로 인한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정치검찰이 권력의 도구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검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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