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법원, 곽노현 교육감 ‘3천만원 벌금형’
법원 “후보사퇴 박 교수 이익충족
곽 교육감은 선의라도 대가 성립”
법원 “후보사퇴 박 교수 이익충족
곽 교육감은 선의라도 대가 성립”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58·사진) 서울시교육감에게 19일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는 ‘후보 사퇴-금품 제공’이란 사전 합의를 알지 못했다는 곽 교육감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2억원의 ‘대가성’은 인정해 이렇게 선고했다.
곽 교육감은 검찰 수사로 사건이 불거진 뒤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선선히 시인했다. 그에 따라 재판 쟁점은 2억원을 후보 사퇴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에 모아졌다. 재판 내내 곽 교육감 쪽은 ‘선의’를 강조하며, ‘사전 약속’과 ‘2억원 지급’을 분리하는 데 주력했다.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아니라 돈을 받은 박 교수가 그 돈의 성격을 무엇이라고 인식했는지를 대가성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곽 교육감으로부터 금품 수수를 기대한 이유는 ‘곽 교육감이 자신의 후보 사퇴로 인해 결국 당선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금품의 대가성 여부는 곽 교육감 의사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이 대가성 자체를 인식하고 있었냐는 데 대해서는 “곽 교육감은 ‘선의의 부조’ 책임으로 돈을 건넸다고 하지만, 그 마음을 법적으로 평가하면 대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큰 금액이 오갔는데도,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전 합의는 곽 교육감 쪽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인 최갑수(58) 서울대 교수와 당시 회계책임자가 주도한 것이지 곽 교육감과는 무관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형벌은 책임에 기초해야 하는데, 사전 합의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이는 곽 교육감 책임이 아니므로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억원 지급이 윤리적 책무감 등 복합적 동기로 이뤄졌다는 것도 긍정적인 양형 이유로 작용했다.
결국 재판부는 벌금형 가운데 상한선인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당선 무효형 하한인 100만원의 3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곽 교육감은 35억여원의 선거비용 보전금을 반납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판결이 끝난 뒤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검찰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대가성과 관련된 부분은 법원의 판단에 승복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2심과 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업무에 복귀한 곽 교육감의 운명은 늦어도 6개월 안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명기 교수에겐 징역 3년의 실형과 2억원 추징을 선고했다. 5억원을 조건으로 후보직을 사퇴해 사실상 후보직을 팔았고, 2억원을 받은 뒤에도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등 선거문화를 타락시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후보 사퇴의 대가로 정책자문기구 부위원장직을 주고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곽 교육감과 박 교수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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