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기준 설문
전문가 61% “살인죄, 더 무거운 처벌”과 차이
아동 강제추행서도 국민은 ‘실형’ 전문가 ‘집유’
전문가 61% “살인죄, 더 무거운 처벌”과 차이
아동 강제추행서도 국민은 ‘실형’ 전문가 ‘집유’
성범죄를 어느 정도로 무겁게 처벌할지를 놓고, 일반 국민과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국민 상당수는 성범죄를 살인죄 못지 않게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살인죄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한달 동안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일반국민 1000명과 판사·검사·변호사·형법학 교수 등 908명을 대상으로 ‘양형기준 및 양형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는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대법원이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 수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두 집단은 ‘성범죄’와 ‘살인죄’를 비교하는 질문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13살 미만 아동을 성폭행한 범죄자와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친구를 살해한 범죄자 가운데 누구를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하냐’는 질문에 일반국민의 26.1%는 전자를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 역시 38%로, 일반국민의 64.1%가 아동 성범죄를 살인죄 이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전문가 61.1%는 살인이 더 높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성범죄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졌을 때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했을 경우 전문가 62.8%는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일반 국민의 54.3%는 징역 2~3년 이하의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답했다. 13살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 역시 전문가는 73.8%가 집행유예를 선택했지만, 일반국민은 65.2%가 실형을 선택했다.
또 의붓아버지의 딸 성폭행과 같은 친족관계 성범죄는 일반국민 대다수(48.6%)가 선택한 양형이 징역 7년 이상으로 전문가 다수(42.1%)가 선택한 징역 2년~3년 6월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대법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30일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13살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권고형량 상향 조정 △장애인 대상 성범죄 유형 신설 △성범죄 집행유예 선고 기준 강화 △성범죄 피해자 합의시 감경기준 마련 등 4가지 사안을 뼈대로 한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