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특검이 부른 삼성가 상속분쟁
수사뒤 4.5조 이회장 재산돼…‘최대수혜자’ 비판
특검 사실상 면죄부에 기업들 ‘비자금 수사 회피’ 악용
수사뒤 4.5조 이회장 재산돼…‘최대수혜자’ 비판
특검 사실상 면죄부에 기업들 ‘비자금 수사 회피’ 악용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분쟁이 터지자, 그 원인 제공자는 사실상 ‘삼성 특별검사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정체 모를 비자금을 이병철 선대회장이 물려준 ‘유산’으로 인정함으로써 이건희 회장에게 비자금의 족쇄를 풀어줬지만, 대신 유산분쟁이라는 ‘씨앗’을 남겼다.
이건희 회장이 관리하던 차명계좌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간부였던 김용철(53) 변호사의 폭로로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7년간 구조본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일했던 김 변호사는 2007년 삼성물산 등 계열사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자신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의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비자금이 검찰·국세청·재경부 등을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는 추가 폭로도 이어졌고, 일부 명단이 공개되기도 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내 조준웅 특검이 이끄는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뱀의 꼬리’만도 못했다. 특검팀은 1199개의 차명계좌와 324만주의 차명주식 등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4조5373억원을 찾아냈지만, 이는 비자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오히려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불린’ 개인재산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공식적인 재산만 4조원가량 늘려주었다. 이 회장에겐 ‘횡령’이 아닌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고, 이 회장이 삼성특검의 최대 수혜자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당시 특검팀은 “삼성의 해명을 뒤집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대부분 현금이었기 때문에 자금추적에 실패했다는 설명이었다. 로비 의혹도 증거불충분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뇌물을 받은 당사자 소환조사와 계열사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은 특검팀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대신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급히 상속재산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검찰에 넘기지도 않았다. 경제개혁연대 등이 이병철 선대회장 사망 당시 차명주식은 48% 남짓으로 51.75%를 차명으로 물려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추가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특검이 기업들에 비자금에 면죄부를 받는 방법만 알려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2008년 씨제이(CJ)그룹의 이재현(52) 회장 역시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비자금 수사를 피해 갔고, 2010년 한화그룹 김승연(60) 회장 역시 382개의 차명계좌에 대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미신고 유산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비자금을 재산으로 인정받은 이건희 회장은 이제 이맹희 전 회장과의 유산분배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기업 총수들에게 비자금 수사를 피하는 ‘요령’을 알려준 이건희 회장이 유산분쟁에서 이기는 법도 알려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사건 폭로를 도왔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하나의 거짓말이 10개의 또다른 거짓말을 만들었다”며 “선대유산이라는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낼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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