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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9조 금융비리’ 일부만 실형…피해자들 분노

등록 2012-02-21 21:49

부산저축은행 1심 판결서
회장·부회장 등 중형 불구
임직원 13명은 ‘집행유예’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40분 동안 법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기소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절반 이상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솜방망이!”, “변호사만 잘 사면 법도 피해가는구만.” 법정 곳곳에서 피해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같은 시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의 가족은 변호사와 악수를 한 뒤 환한 얼굴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염기창)는 21일 고객의 예금을 이용해 부동산 사업 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사업이 어려워지자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벌이는 등 9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 부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연호(62) 회장에겐 징역 7년, 김민영(66) 부산저축은행장 등 4명에게도 징역 4~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문평기(65)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 13명의 임직원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이로써 문 감사 등 3명의 임직원이 곧바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고객예금을 가지고 대규모 시행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출자자 대출을 했다”며 “이후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부실대출을 하는 한편, 사업시행이 실패한 뒤에는 분식회계로 그 손실을 감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고수익’에 매달렸던 부산저축은행의 경영 행태를 꾸짖었다. 재판부는 “은행은 화폐를 순환시키는 자금 담당의 역할을 맡아야 함에도 이를 망각하고 자기 사업을 하며 자금순환의 흐름을 막는 순간 우리 경제는 병들게 된다”며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자 설립된 상호저축은행이 그 설립 목적을 잊음으로써 그 피해를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고위험 고수익’을 주장하지만 이는 예금고객의 입장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단적인 예”라며 “피고인들이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음에도 자신들의 행위를 변명하는 데 급급하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을 찾은 30여명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처벌이 가볍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머지 지점장들도 다 알고 범행에 가담했는데 3~5년 심지어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조차 되지 않았는데, 경영진은 빼돌린 예금으로 변호사 사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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