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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암흑 이긴 판사의 다짐 “헤쳐나가겠다”

등록 2012-02-27 20:05

최영(32·사법연수원 41기) 판사
최영(32·사법연수원 41기) 판사
‘시각장애인 판사 1호’ 최영씨 첫 출근
북부지법 민사11부서 업무시작
대학때 실명…음성파일로 공부
법원, 별도지원실 만들어 뒷받침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법관으로 임용된 최영(32·사법연수원 41기) 판사가 27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대법원에서 신임 법관 임용장을 받은 최 판사는 “다른 신임 판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시작이라 긴장되고 떨리고 설렌다”며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동료·선배 법관과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법원행정처와 북부지법에서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안다”며 “나도 그만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판사는 낮 1시20분께 북부지법에 도착해 밝은 표정으로 판사실이 모여 있는 청사동 안으로 향했다. 그는 처음 온 건물이 낯선지 잠시 출입문을 찾지 못했지만, 금방 지팡이로 바닥에 있는 점자유도블럭을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날부터 북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정성태)에서 배석판사로 근무한다.

최 판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시세포가 유전적 영향으로 퇴행해 점점 주변 시야가 좁아지고 실명에 이르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시각장애인으로 법률서적을 음성 파일로 변환해 들으며 공부해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북부지법은 최 판사가 원활한 재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최 판사가 근무할 청사동 9층 ‘제11민사부실’ 근처에 ‘제11민사부 지원실’이 마련됐다. 보통 합의재판부에는 부장판사실이 따로 있고 배석판사 2명이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지만, 음성으로 각종 소송자료와 판례를 검토해야 하는 최 판사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최 판사 본인은 자신을 위한 지원실이 필요 없다며 평범하게 대우 받기를 원했지만, 방대한 소송 자료를 장시간 이어폰으로 들으면 청력이 나빠질 수 있어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원실에는 ‘음성변환 프로그램’이 지원되는 컴퓨터 총 3대가 구비되어 있다. 이중 1대는 최 판사가 사법연수원 시절 사용하던 장비를 북부지법에서 인수한 것이고 나머지 2대는 이번에 새로 구입한 것이다. 시각장애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는 최 판사는 키보드 방향키를 움직이면 프로그램명, 문서 내용 등을 자동으로 빠르게 읽어주는 이 장비로 각종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다. 또 3월 중으로 지원실에는 음성으로 변환하기 힘든 도면·영상 자료를 최 판사에게 설명하고, 자동으로 인식되지 않는 수기 문서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할 직원도 배치된다.


이창열 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앞으로 최영 판사의 의견을 반영해 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인 업무지원을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글 정환봉 김정필 기자 bong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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