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유출 등 의욕만 앞서…법원 “범죄소명 안됐다” 지적
한 총장 ‘스마트수사’ 첫 작품 흠집…잇따른 기각 ‘수모’
한 총장 ‘스마트수사’ 첫 작품 흠집…잇따른 기각 ‘수모’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선종구(65) 하이마트 회장의 구속영장이 28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지난달 말 압수수색 이후 한걸음에 내달려온 검찰 수사가 종착역을 앞두고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영장은 법원 뜻”이라며 짐짓 태연한 태도지만, ‘스마트수사’를 표방한 한상대 검찰총장 취임 이후 직할부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의 첫 ‘작품’에 흠집이 나자 속이 쓰린 표정이다.
선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여러 범죄 혐의 사실 중 중요 부분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횡령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하며 입증을 자신했으나, 기본적인 ‘범죄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돼 충격이 더 큰 듯하다.
대검 관계자는 “다툼이 없는 부분만 영장에 적시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정공법으로 혐의를 전부 넣은 게 기각 사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부가 중견기업인 하이마트에 칼을 빼들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으나,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범죄인 국부 유출과 역외 탈세에 대해 검찰이 엄단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이 역점을 두고 진행한 역외탈세 기업인들의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중수부를 자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유사한 혐의로 ‘완구왕’ 박종완(64)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를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났고, ‘선박왕’ 권혁(62) 시도상선 대표도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중수부가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한껏 공을 들인 선 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특히 최근 중수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도 검찰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지난 1월 동료의원 사면 로비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양수(74)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더군다나 이번 수사를 ‘스마트수사’를 구현한 한 총장의 첫 작품으로 기대했던 중수부로서는 체면을 잔뜩 구긴 셈이 됐다. 한 총장은 줄곧 ‘양보다 질, 숫자보다 작품성’에 중점을 두는 스마트수사를 체질화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단계를 밟자면 서너 달은 필요한 수사인데 ‘환부’만 도려내려고 한 달 만에 진행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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