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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제동·김미화…‘소셜테이너’ 줄줄이 방송서 찍어냈다

등록 2012-04-02 21:13수정 2012-04-03 08:55

[MB정부 전방위 사찰] 2009년 연예인 사찰즈음 무슨일이
노 전 대통령 추모·쇠고기 협상 반대 행사 참여자등
관례 벗어나 돌연 MC 교체 통보…정권 외압설 무성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특정 연예인 사찰을 경찰에 지시한 시점으로 알려진 2009년 9월 방송가에선 사회 참여가 활발한 방송 진행자 교체 문제로 떠들썩했다.

경찰이 작성한 문건에 나오는 김제동씨가 대표적이다. <한국방송>(KBS)은 2009년 10월12일 4년간 <스타 골든벨>을 진행해온 방송인 김제동씨를 전격 하차시켰다. 김씨가 소속된 다음기획 쪽은 당시 “엠시 교체 때의 관례를 벗어나 마지막 녹화 3일 전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3일 전’인 10월9일은 김씨가 가수 강산에씨와 함께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에 참가한 날이다. 김씨는 같은 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추모공연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정권 외압설’이 무성하게 일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너무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번 문건처럼 청와대 등 권력이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2일 “당시 제작진도 모른 채 국장선에서 진행자 교체가 이뤄져 외부 지시로 볼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사찰에 나설 정도로 소셜테이너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교체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씨와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는 가수 윤도현씨의 하차도 석연찮다. 윤씨는 2008년 10월 한국방송2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음악프로 <윤도현의 뮤직쇼>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윤씨 주변에선 그가 2008년 5월 한-미 쇠고기 협상 반대집회에 참여하는 등 사회참여 목소리를 내온 게 방송사의 ‘변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2009년 11월엔 보수단체 등에서 공정성 문제를 트집 잡아온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사회자 자리를 내놨다.

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씨도 당시 강한 퇴진 압박을 받았다. 문화방송 피디들은 “김미화씨 교체는 제작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2011년 4월 결국 물러났다. 김미화씨는 한국방송에서도 퇴출 대상이었다. 김씨가 2010년 4월 <다큐멘터리 3일>의 내레이터를 맡은 뒤, 김인규 사장이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내레이션 게이트키핑’이 거론돼 논란이 일었다. 2010년 7월 김미화씨의 ‘한국방송 내 블랙리스트 발언’은 방송사 쪽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방송사 내에서 성향에 맞춰 출연자를 선별하는 시스템이 작동해 왔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키웠다.

김덕재 한국방송 피디는 “블랙리스트 명단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회사에서 얘기가 돌면 잘리는 수순이 반복돼 분명히 (교체에) 외부 개입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었다. 이번 사찰문건 발견으로 그 증거의 일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시 민정수석으로 김제동씨 등에 대해 사찰을 지시한 권재진 법무장관은 더 이상 장관 자리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사쪽 관계자는 “김제동씨는 너무 오래 진행했고, 윤도현씨는 본인 일정 때문에 그만뒀으며 김미화씨는 블랙리스트 발언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며 “(진행자 교체는) 정치적 외압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또 역풍 부나…새누리당 긴장
젊은층 반발해 투표 나설까 우려
내부선 “악재…정말 정권 서툴러”

“김제동씨를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한 사람 그 책임자는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2010년 6월7일 김성식 의원, 6·2 지방선거 패배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제동, 손석희씨 문제도 젊은층에서 악영향을 줬다”(2009년 10월29일 안상수 대표, 10·28 재보선 패배 뒤 최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이 다시 불거진 ‘김제동 악몽’에 당혹해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당시 김제동씨 등 이른바 좌파 연예인들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한 경찰 문건이 2일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제동씨 사찰 문제는 다른 어떤 민간인 사찰보다 파괴력이 클 수 있다”며 “사찰 국면이 혼전 국면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김씨 건이 나오는 걸 보고 정말 일이 안 되는 쪽으로 풀리고, 운이 참 안 따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당 관계자는 “신문에 김제동씨 사찰 보도가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당혹감에 빠진 것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뒤 <한국방송>(KBS) ‘스타 골든벨’에서 갑작스레 하차했고, 이에 반발한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

당시 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09년 10월 재보선의 주요 패인 가운데 하나로 김제동, 손석희, 김미화씨 등 방송인 탄압을 꼽았다. 당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 뒤엔 문화계 인사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문화예술체육특위를 꾸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김제동 사찰’을 계기로 젊은층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김제동씨 사찰 건은 젊은이들이 새누리당을 외면하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트위터엔 “대체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이 뭘 했다고 사찰을?”(소설가 공지영), “청와대, 총리실, 경찰이 한 몸이 되어 김제동도 사찰을 했다고. 저 가자미들의 눈엔 김제동마저 ‘좌파’로 보이는 모양”(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정부의 사찰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당내에선 정부를 향한 원망도 터져나왔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정말 정권이 서투르기 짝이 없다”며 “그냥 한 명의 연예인인 김씨를 사찰해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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