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스트레스·공포 느낄 것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 단절”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 단절”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불안과 공포를 느꼈던 사찰 피해자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늘 조금씩 떨린다”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며 사찰을 당한 뒤의 심경을 밝혔다.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사찰 대상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스토커 한 사람이 따라다녀도 불안한데 강력한 국가기관이 합법을 가장해 따라다닌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며 “장기간 사찰이 계속되면 우울증이 오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위염·위궤양·고혈압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서 원장은 “누군가 자기 삶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며 “더욱이 국가기관은 도청이나 개인정보 수집 등 전문적이고 다양한 사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찰 대상자가 느끼는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연세대 의대 외래교수)은 “지난해 고문피해자 실태조사를 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경찰의 보안관찰을 받은 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대부분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었다”며 “사찰 대상자들도 누군가의 감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유사하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소장은 “사찰과 감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며 “내가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과, 누가 나를 감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을 피하게 돼 결국 고립된다”고 말했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사찰의 양과 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와 분노 반응이 올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구속된 느낌, 자기검열과 번뇌 때문에 비판적인 말을 삼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도 “민간인은 공권력이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고 있는데, 오히려 공권력의 감시 대상이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상당한 분노와 불안을 느낄 수 있다”며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와 같은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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