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보도뒤 20차례…하드 삭제뒤 5차례
민정수석실 당사자들 검찰소환도 안받아
민정수석실 당사자들 검찰소환도 안받아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범죄행위에 나섰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은 2010년 7월초 ‘증거인멸’이라는 또다른 범죄를 저질렀다.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비선’ 라인은 이를 교사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사정기관 지휘·조율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은 당시 무슨 역할을 했을까?
16일 <한겨레>가 입수·분석한 통화 목록은 민정수석실 역시 증거인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들의 세부 통화내역을 보면, 민정수석실과 지원관실 사이의 통화는 수시로 이뤄졌다. 이들의 통화는 2010년 6월28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보도한 직후부터 시작된다. 민정수석실의 업무용 휴대전화인 ‘017-770-○○○○’으로 6월29일 오전 8시48분에 처음 걸려온 전화는 이튿날인 30일 오후 4시40분까지 7차례 반복됐다.
이 기간 동안 지원관실은 <피디수첩> 보도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지원관실은 결국 7월2일 ‘대책 문건’을 만들어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에게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의 비리 의혹을 통보해 의혹을 제기해 김씨 지원 세력의 예봉을 꺾는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은 김 대표의 비리 의혹을 문건으로 정리해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전달했다. 지원관실이 정부·여당을 ‘조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사전 조율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장진수 전 주무관 등이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갈아엎었던 7월5일에도 민정수석실은 긴밀하게 움직였다. 장 전 주무관한테 건네진 ‘입막음용’ 자금 5000만원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날 진 전 과장과 두 차례 통화한 것이다. 그는 앞서 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장 전 주무관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원관실 직원들과 통화해온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1차 증거인멸 과정에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원관실 직원들과 통화한 민정수석실 직원들의 인적 구성도 의구심을 더한다. 지원관실 직원들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 김두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1팀장은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거쳐 친인척 관리라는 핵심 사찰 업무를 맡고 있었다. 고용노사비서관실의 ‘비선라인’을 통해 벌어진 청와대 차원의 범죄를 덮기 위해 민정수석실에서도 ‘핵심’이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진 전 과장이 중앙징계위원회에 낸 서면진술서의 내용도 민정수석실의 이런 ‘역할’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의 주장이 맞다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지원관실의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검찰에 소환되거나 진술서 한장 내지 않았다. 검찰의 1차 수사는 이들을 완벽하게 비켜간 셈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장 비서관은 “지원관실 직원들이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고, 김 팀장은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10년 7월초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과 20여차례 통화한 기록이 남아있는 김덕수씨는 당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김덕수 전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추정됐으나, 확인 결과 청와대 근무자가 아닌 동명이인 김덕수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팀장과 20여차례 통화했던 동명이인 김덕수씨는 “나는 청와대에 근무한 적이 없다”며 “당시 통화를 했다면 향우회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과 김씨는 둘다 ‘구룡포 재경 향우회’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노현웅 송경화 안창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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