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혐의 ‘정자법’ 왜 빠졌나
30일 오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는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다. 애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검토했으나,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된 돈의 명목이 ‘인허가 청탁’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구속영장에는 넣지 않았다. 검찰은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돈의 사용처 추적을 통해 대선자금으로 쓴 흔적이 드러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가 시종일관 최 전 위원장에게 준 돈은 인허가 청탁 명목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태도다. 정치자금법에서 받은 금품이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돈이 ‘정치활동’을 위해서 제공됐는지에 달려 있다. 공여자가 돈을 주면서 정치활동에 쓰라고 줬어야 범죄가 성립한다. 이 전 대표가 돈의 성격을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규정하는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 적용이 쉽지 않다. 최 전 위원장은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쪽에서 받은) 돈을 대선 때 엠비(이명박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혔다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 전 대표가 로비에 쓴 돈의 ‘용도’를 정치자금으로 특정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고민이다. 알선수재 혐의는 돈을 준 사람을 처벌하지 않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은 돈을 준 사람도 함께 처벌한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대선자금에 쓰라는 명목으로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줬다면, 그는 현재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굳이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는 불필요한 진술로 ‘위험’을 자초할 동기가 없는 셈이다. 법원 판례도 돈을 준 명목을 정치자금법 위반의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다. 2007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한테서 1억원을 받아 안희정(현 충남지사)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안 위원 쪽에서 1억원을 (정치자금이 아닌) 채무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에게 인허가 청탁으로만 돈을 줬다면 정치자금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며 “생활비로 줬다고 해도 안 되고 정치활동과 관련해 돈을 줘야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여론조사에 썼다’는 최 전 위원장의 최초 진술이나 돈이 전달된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한 최 전 위원장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사용처를 꼭 확인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사용처를 확인하다 정치자금 관련 흐름이 나오면 당연히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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