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눈’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앞쪽 오른쪽 둘째)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심상찮은 움직임
세탁창구서 다른 ‘수상한 돈’ 찾은 듯
검찰 ‘제이엔테크 회장=관리인’ 의심
자금보관 ‘포항 ㄷ은행원’ 조사도 눈길
세탁창구서 다른 ‘수상한 돈’ 찾은 듯
검찰 ‘제이엔테크 회장=관리인’ 의심
자금보관 ‘포항 ㄷ은행원’ 조사도 눈길
‘하이마트→파이시티→박영준 비자금(?).’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를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애초 하이마트 횡령 사건에서 단서를 잡고 출발한 파이시티 수사가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비자금’ 수사로 번질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이 한창 본게임”이라는 말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추가 단서가 나오면 수사한다”는 태도다.
박 전 차장 비자금 의혹의 ‘키맨’은 이아무개(59) 제이엔테크 회장이다. 검찰은 ㈜파이시티 쪽에서 박 전 차장에게 전달된 로비 자금을 쫓다, 브로커 이아무개(60·구속)씨의 수표 2000만원이 이 회장 쪽을 통해 세탁된 정황을 확인했다. 박 전 차장은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이던 1990년대 후반 이 회장을 만나 알고 지냈으며 이 회장이 200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포항남 지구당 중앙위원을 지낼 때 ‘의형제’로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이 포스코건설의 하도급업체인 제이엔테크를 인수할 당시 포스코건설의 모기업인 포스코에 박 전 차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도 무성하다.
이런 관계로 볼 때 박 전 차장이 단순히 파이시티 로비자금만을 이 회장에게 맡기지는 않았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파이시티 로비자금과 관련해 이 회장과 친인척 등 주변의 광범위한 계좌를 살펴보다 수상한 자금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파이시티 이외의 박 전 차장과 이 회장 사이 계좌 거래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거래 내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의 ‘비자금’ 수사에 대해 거듭 손사래를 치지만, 관련 수사에 발을 담근 분위기가 곳곳에서 읽힌다. 검찰은 지난 1일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이시티 쪽 돈세탁 의혹에 한정된 수사라면 이 회장을 먼저 조사한 뒤 박 전 차장을 부르는 게 통상 수사 절차다. 검찰이 이 회장 조사를 건너뛰고 박 전 차장을 부른 건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미 정황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굳이 이 회장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건 파이시티 쪽 자금 이외에 다른 뭉칫돈이 포착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이 박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25일께 이 회장이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박 전 차장의 ‘자금 관리인’ 노릇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하자 박 전 차장이 사전에 ‘손’을 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이 회장의 도피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물음표”라며 “본인 사업체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회장이 박 전 차장의 부탁을 받고 은밀하게 자금 관리를 맡겨온 포항의 ㄷ은행 직원을 검찰이 지난 1일과 이날 이틀 연속 불러 조사한 것도 박 전 차장의 비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직원은 이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직원을 상대로 이 회장의 지시로 자금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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