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3일 새벽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철원 금품수수 확인한 듯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들이 추가로 있는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이아무개(60·구속)씨한테서 오세훈 서울시장 때 강 전 실장이 서울시 홍보기획관으로 재직할 무렵인 2008년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실제 돈이 전달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강 전 실장은 2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검찰은 강 전 실장을 상대로 파이시티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돈이 전달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강 전 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07년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파이시티가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인허가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 두 시기로 나뉜다. 첫째는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센터로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가 논의되던 2004~2005년 12월이고, 둘째는 용도 변경이 이뤄진 2006년 5월부터 사업 계획안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2008년 10월 사이다.
검찰이 주목하는 로비 시기는 2007년 5월 이후다. 금품 로비에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알선수뢰 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인데, 공소시효가 모두 5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7년 5월 이전의 금품수수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와 브로커 이씨는 2005년 이후 몇몇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공소시효 때문에 수사 대상을 2007년 5월 이후로 한정해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파이시티 쪽 돈을 받은 정황을 확보한 서울시 공무원은 현재까지 강 전 실장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인허가 업무에 관여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계속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강 전 실장 외에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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