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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싱크탱크 광장] 런던올림픽서 마실 커피, 모두 ‘공정무역’ 제품

등록 2012-07-03 19:30

런던은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아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지난 4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주경기장.  올림픽 사진 공동취재단
런던은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아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지난 4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주경기장. 올림픽 사진 공동취재단
지속가능성 따지는 ‘런던 올림픽’
경기장을 밝힐 성화가 일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할지 걱정하고, 관람객들이 마시는 커피가 공정무역 제품인지를 신경 쓰는 올림픽 대회가 있다면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올림픽 정신이 대기업의 상업성과 개최국의 과시욕에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7월28일~8월13일)도 이런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은 근래 개최된 올림픽들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려 해 주목을 끈다. 바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즉 환경, 사회, 경제가 균형과 조화를 이뤄 인류가 건강하고 의미있는 삶을 엮어 가는 걸 목표로 해 행사의 전 과정에 이를 구현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부지 선정에서 건설 공사, 대회 기간의 운영, 사후 시설 활용계획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자원절약, 생태 다양성, 사회적 포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

경기장 등 시설만 해도 런던은 화려함 대신 실용적이고 소박하게 접근했다. 이번 대회 예산 93억파운드(약 16조4000억원)는 지난번 베이징 올림픽의 절반 정도이다. 물론, 이는 한창 준비중이던 2008년 터진 세계 금융위기로 영국 경제가 위축된 탓도 있었다. 덕분에 런던은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치른 도시들이 빚더미에 앉고, 훌륭한 시설이 금방 흉물이 되어 버리는 고민을 덜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별도로 ‘지속 가능한 런던 2012 위원회’를 만들어 두 조직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회 전체 콘셉트를 잡고 유지해 왔다. 또 ‘지속 가능성’이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정도 이행되는지를 객관화하기 위해 ‘보고에 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인 지아르아이(GRI)와 함께 측정과 보고의 기준을 마련해 왔다.

런던은 각국에서 온 관광객과 선수들이 대회 곳곳에 스며든 지속 가능성의 정신을 체험하고, 전세계로 중계하는 티브이 화면으로도 이런 게 표현되고 강조됨으로써 지속 가능성의 정신이 널리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는 “우리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의 새로운 기준을 새우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런던 올림픽의 이런 접근법은 가리왕산 훼손 논란이 빚어지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당한 경쟁과 기회균등’
올림픽 정신을
먹고 마시는 음식에 적용
1천만개 바나나, 7백50만컵 차도
공정무역 제품만 쓰기로

배려와 통합의 올림픽
런던은 ‘당당한 경쟁과 기회균등’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대회 기간에 먹고 마시는 음식에도 적용했다. 조직위는 올림픽과 이어지는 장애인 올림픽 기간에 소모되는 1400만명분의 식품 재료 구입 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그 가운데 바나나, 차, 커피 및 초콜릿은 공정무역을 통해 조달한 것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윈드워드섬에서 생산된 약 1000만개의 바나나를 비롯해 각 대륙에서 수입된 750만컵의 차, 1400만컵의 커피와 설탕에는 공정무역 제품이라는 인증이 붙게 된다.

공정무역은 수입되는 농수축산물에 제값을 쳐줌으로써 이를 수출하는 저개발국가의 농부들이 가난의 굴레를 벗고 자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 공정무역 제품을 통해 지급되는 공정무역 프리미엄(시장가격 이외에 추가로 하는 금액)은 아프리카 및 아시아 농촌의 학교 건립, 깨끗한 물 공급, 의료 시설 확충 같은 데 쓰이게 된다.

조직위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흑인 노동자가 경영하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와인 협동조합을 방문한 영국 육상대표 선수 골디 세이어스는 공정무역이 현지인의 삶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켜본 뒤 “개발도상국 농부의 지속가능성을 고취하는 공정무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 조직위원회가 공정무역 제품을 폭넓게 채택한 것은 런던이 이미 공정무역의 ‘메카’로 성장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런던은 2008년 공정무역 도시로 지정됐는데 수많은 학교, 기업, 지역사회 단체 등이 공정무역 마크가 새겨진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 공정무역사업처 한수정 국장은 “런던 올림픽에서 공정무역을 비롯해 지속가능성의 꽃이 필 수 있었다면, 그 뿌리에는 이런 것을 오랫동안 실천하고 보듬은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또 경기장이 건설되는 주변 지역의 실업자 2500여명에게 기술을 가르쳐 공사 현장에 투입하는 등 지역사회의 자활과 사회통합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을 했다.

올림픽공원 탄소 50% 줄이고
시설 건설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 줄이기 위해
물자 60%를 수로로 옮겨
모든 입장권이 버스·지하철표

환경과 생태 다양성
런던 올림픽은 어떤 활동을 할 때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양으로 표시하는 ‘탄소 발자국’의 개념을 적용한 첫 여름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직위의 목표는 우선 올림픽 공원 지역 내 건물들에서 내보내는 탄소의 양을 50% 줄이는 것이다.

시설 건설과정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올림픽 공원으로 옮기는 물자의 60%, 즉 100만여t을 철도나 템스강의 수로를 이용했다. 또 대회 기간에 수백만명의 관람객이 오가며 내뿜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선수촌을 주경기장과 각종 경기장이 있는 올림픽 공원에 두어 선수들이 걸어서 이동하도록 설계했고, 모든 경기장 입장권을 당일 런던의 버스나 지하철 이용권으로도 쓸 수 있게 해 관람객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한다.

올림픽이 벌어지는 중심 무대인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는 원래 산업폐기물 매립지로 오염이 극심하고 빈곤했던 지역인데 이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오염된 현지의 흙은 일일이 퍼내 물로 씻어서 재사용했다. 올림픽 공원 주변에는 45㏊에 이르는 새로운 동식물 식생지가 조성됐고, 끊어진 곳은 자연연결 통로로 이었다. 심지어 경기장이나 주변 건물의 벽에 새들이 둥지를 만들 만한 시설을 만들어 주고, 지붕과 벽을 녹색과 갈색으로 도색을 하기도 했다.

예산도 베이징올림픽의 절반
주경기장은 쪼개서 재조립 가능
농구결승 경기장은 임시천막
경기끝나면 해체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서 재사용

자원 및 에너지 절약
런던은 개최권 신청을 할 때 ‘폐기물 제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재활용하고 재순환해 자원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이어졌다. 경기 중 나오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70%를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를 할 때도 철거되는 건물에서 나온 폐자재의 98%가 재활용됐다. 물 절약 시설을 설치해 선수촌의 일인당 물 사용량이 보통 하루 160ℓ지만 이보다 적은 105ℓ가 되도록 했다.

주경기장은 고정적인 구조를 최소화함으로써 필요하면 해체해 여러 개의 작은 경기장으로 재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경기장을 지을 때도 고철을 재활용했다. 총 8만명을 수용하는 좌석 가운데 5만5000석은 언제든 떼어낼 수 있는 임시 관중석으로 설계했고, 의자의 재료로 폐가스관을 활용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주경기장은 영국 프로축구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이클이 열리는 ‘벨로드롬’은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 위해 관중석 의자 아래에 구멍을 뚫어 통풍이 잘되게 했다. 특히 농구와 핸드볼 결승이 열리는 ‘바스켓볼 아레나’는 건물 전체가 하얀 천막으로 감싸인 임시 구조물이어서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해체돼 브라질에 판매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다시 사용될 예정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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