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전국 형사법관 포럼 열려
“법원 기업 범죄에 관대했다” 지적
10대 재벌그룹 회장 대부분 집유
“엄격한 양형 기준 적용돼야”
“법원 기업 범죄에 관대했다” 지적
10대 재벌그룹 회장 대부분 집유
“엄격한 양형 기준 적용돼야”
기업인·공무원 등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과 일반 시민의 법 감정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어온 데 대해 법원 내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이 법정구속된 데 이어 앞으로 기업 비리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2012년 전국 형사법관 포럼’에서는 그동안 법원이 기업 범죄에 관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형사재판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박형준(47·사법연수원 24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소위 ‘10대 재벌그룹’ 회장들에 대한 사건에서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회적 비판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인에 대해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정찰제 판결’이라는 조롱섞인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해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며, 2001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2006년 두산그룹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 형제 역시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재벌 총수뿐 아니라 증권 범죄나 공무원 범죄도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법원 행정처 자료를 보면, 2006~2011년 선고된 149건의 증권 범죄 가운데 86.6%인 129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실형은 20건으로 13.4%에 불과했다. 또 공무원 등 뇌물 범죄의 양형기준 준수율이 77.7%로 다른 범죄의 양형기준 준수율 평균인 90.6%보다 낮았다.
이날 토론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 기업 범죄 등에 대한 법관들의 인식도 바뀔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 판사는 “근대화 과정에서 법원이 재벌 총수 사건에 대해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것은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설명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사회는 그런 단계를 넘어선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선 안 되며 (법관은) 법적 판단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뚜렷한 소수의 피해자가 있는 살인·강도·성폭행 등 강력 범죄와 비교해 피해가 간접적·잠재적인 경제·금융 범죄 등은 다수의 이해관계가 재판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입장에 치우친 양형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런 지적을 경청할 부분이 있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기업·증권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형사법관 포럼에는 전국의 형사사건 담당 부장판사와 단독판사 38명이 참석했으며, 판사들의 의견 교환을 위한 토론회 성격으로 논의 내용이 법원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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