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대출 협박 3억8천 뜯어 구속
그는 ‘허 박사’로 통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고, 중앙정보국(CIA) 한국·홍콩 지부장을 지냈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허아무개(57)씨는 미국과 한국의 정·관계 유력인사들과의 친분도 과시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서울대 학생운동권 출신 모임의 고문도 맡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아무개(43·구속기소)씨도 이 모임에서 만났다.
2011년 7월 허씨는 미래저축은행 직원으로부터 “김찬경 회장의 350억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제3자 명의로 외국에 투자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허씨는 이때 김 회장이 충남 아산의 골프장 건설자금을 조달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의 회사 명의로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허씨는 지난해 9월 우선 이씨를 통해 “불법대출 사실을 검찰에 알리겠다”고 김 회장한테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고 금품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한 뒤 8차례에 걸쳐 미래저축은행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씨의 동생은 글을 다른 곳으로 퍼날랐고, 미래저축은행을 찾아가 대출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한 달만인 지난해 10월 허씨 등은 김 회장으로부터 3억8000만원을 뜯어냈다. 앞서 허씨는 지난해 7~8월 “검찰 수사가 임박했으며, 수사가 진행되면 구속될 것”이라며 미래저축은행 직원 김아무개(43)씨를 겁준 뒤, 위조여권 등을 만들어 주겠다고 속여 85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공갈 혐의로 허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허씨는 서울대 출신도,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도 아니다”며 “고졸 이후 드러난 학력은 없다”고 전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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