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록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실소유주는 이건희”

이건희(70) 삼성 회장

삼성가 유산 재판서 특검기록 공개
이회장 차명보유 뒷받침 진술 나와
사실일땐 유산소송 규모 확대될 듯
삼성쪽 “이학수 나중에 진술 바꿨다”

‘전자’ 차명주식 매입자금도 신경전
“일부 이회장 돈 유입” “상식 어긋나”

삼성가 유산상속 소송에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기록이 일부 공개되면서, 에버랜드가 1998년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의 실소유자가 이건희(70) 회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기록에 차명 소유를 의심하게 하는 이학수(66) 전 삼성 부회장의 진술이 담겨 있어, 이 회장과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 쪽은 이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 삼성생명 344만주 실소유자 누구?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 주재로 열린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이맹희 전 회장 쪽 변호인은 “1998년 에버랜드가 인수한 삼성생명 차명주식 344만여주의 실소유주는 이건희 회장”이라며 “에버랜드가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도 법정 상속분에 따라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맹희 전 회장 등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매입 경위 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100주에 대해서만 주식반환을 청구했으나, 소송 범위를 344만여주까지 확대하면 그 가치가 3조2000억여원에 이른다. 이 경우 소송 결과에 따라 에버랜드를 주축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맹희 전 회장 쪽은 이학수 전 부회장의 삼성 특검 신문조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이 “1998년 12월 에버랜드 명의로 매수한 삼성생명 차명주식 344만여주의 실소유주가 이건희 회장이냐”고 질문하자 이 전 부회장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으며, “당시 회장님이 모두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에버랜드에 인수시켰으며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에서 같은 날 거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맹희 전 회장 쪽은 삼성생명 주식 헐값 매각도 차명 소유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1998년 12월3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기 위해 주당 9000원에 매입하는데, 에버랜드도 같은 날 9000원에 주식을 샀다. 이맹희 전 회장 쪽은 “이건희 회장의 주식 매입은 실명전환을 위한 형식적 거래라고 인정하면서, 같은 값에 구입한 에버랜드의 주식 매입은 진정 매매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7개월 뒤인 1999년 6월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평가해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제공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쪽은 “이학수 당시 부회장이 이후 조사 때 ‘명의 신탁이냐’는 질문에 ‘명의신탁이 아니며, 에버랜드가 차명주식을 정당하게 매입한 것’이라고 진술을 바꿨다”며 “이 전 부회장의 진술 일부를 내세워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 차명주식 논란 삼성전자 차명주식 매입에 이 회장의 개인 돈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명주식의 전부가 상속재산이라는 특검 수사와 배치된다. 이 회장 쪽은 “자금의 원천은 상속 주식이었지만, 유상증자와 매매 과정에서 일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자금이 들어갔다”며 “현재 주식과 상속 주식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 쪽은 “유상증자를 위해 개인 자금을 차명주식에 넣었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며 “개인 돈을 차명으로 관리했다면 목적은 ‘비자금’ 하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으로 미술품 307억원, 상품권 52억원을 구입한 내역도 공개됐다. 이맹희 전 회장 쪽은 “이건희 회장이 상속재산을 임의 사용했다”며 “사용된 부분에 대해 부당이득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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