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위장도급’ 뒤집은 고법

“코레일이 실질사용자 아니다”
2차 소송 낸 118명에 패소판결
대법원 상고심에 최종결과 달려

2006년 한국철도공사 자회사인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는 한국철도공사라는 기존 판결을 뒤집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사안에 엇갈린 판단이 나오면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의 ‘위장도급’ 문제에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종관)는 해고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118명이 2009년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용주인 철도유통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한 형식적·명목적인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며 “케이티엑스 여승무원이 근로를 제공한 곳은 철도공사가 아니며, 철도공사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은 앞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34명이 2008년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철도유통은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여승무원과 철도유통 사이의 업무위탁은 ‘위장도급’에 해당되며, 철도공사와 여승무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묵시적 근로계약이란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을 직접 채용한 것은 아니지만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2차로 소송을 제기한 여승무원 118명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 역시 1차 소송 재판부와 같았다.

그러나 2차 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1차 소송과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대법원에 맡겨지게 됐다. 1차 소송은 지난해 11월 철도공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중이고, 선고 기일은 현재 잡히지 않은 상태다.

황춘화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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