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병사가 생활관 문 두드릴때까지 까맣게 몰랐다

군 자체 조사 결과 철책 넘어올때까지 확인 못해
“CCTV로 신병확보” 합참의장 답변 거짓말 드러나

지난 2일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 병사가 우리 군의 생활관 건물로 다가와 문을 두드린 다음에야 귀순자임을 파악하는 등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철책선 경계에 구멍이 뚫렸으며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군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군은 10일 합동참모본부 조사를 통해 북한군 병사가 우리 군이 경계근무를 서는 남쪽 철책 위를 타 넘고 우리 군의 생활관까지 접근해 귀순할 뜻을 전할 때까지 해당 부대에서 전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애초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북한 병사를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합참의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지금까지 확인해보니 귀순 병사가 소초(생활관)의 문을 두드려 병사 3명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병사는 비무장 상태였으며 우리 군과 마주하자 “북에서 왔다. 귀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북한 병사가 밤 8시께 북쪽 철책선과 전기철조망을 통과한 뒤 10시30분께 3~4m 높이의 우리 쪽 철책 위로 넘어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이 병사가 불빛을 따라 생활관 건물로 다가와 문을 두드린 다음에야 귀순자임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관은 40여명이 근무하는 소대원들의 생활공간이자 상황근무와 경계근무를 하는 곳이며, 소초와 철책의 거리는 10여m다.

지난 8일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한 바 있다. 군 당국도 지오피(GOP) 소초 인근까지 내려온 북한 병사를 생활관 밖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확인해 우리 군이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 최고지휘관을 비롯한 군의 설명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경계태세는 물론, 보고체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에서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확인했다는 최초 보고가 있어 합참도 모르고 있었다”며 “해당 부대에서 그런 보고를 한 이유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병사는 중급병사(상병)로 160㎝에 왜소한 체격으로 강원도 지역 후방부대에 근무하다가 탈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신문조가 편성돼 귀순하게 된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중이다. 만약 신병확보 과정에서의 경계소홀과 거짓 보고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대적인 문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책선 경계소홀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9일에도 북에서 서북도서 인근의 교동도로 군의 경계를 뚫고 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이 민간인의 신고로 붙잡혀 해당 지역 군의 경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북한 주민은 해안 철책을 통과한 뒤 무려 6일 동안이나 교동도에 머물렀지만 군은 주민 신고 전까지 사실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하어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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