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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과수 증언은 허위 인정…진실화해위 결론엔 물음표

등록 2012-10-19 21:43수정 2012-10-20 10:02

‘강기훈 대필 조작’ 석연찮은 재심 결정
“92년 판결-진실화해위 결정
어느것도 우월하다 볼수 없어”
3년 끌고도 ‘무죄’ 판단 안해

전대협 노트 등 김기설씨 필적
원점에서 다시 공방 불가피

대법원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재심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사건 발생 21년 만에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재심 대상이 된 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등 정보기관이 주도했던 조작 사건들인 데 비해,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던 터여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여의 심리 끝에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도, 강기훈씨가 무죄라는 판단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강씨가 무죄라고 판단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새로운 필적감정 결과 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재심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재심의 핵심 쟁점은 1991년 분신한 김기설(당시 25살)씨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의 진실 여부다. 강씨 변호인 쪽은 “김씨의 친구가 보관하고 있다가 새롭게 제출된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에 적힌 글씨가 김씨가 남긴 유서의 필적과 일치한다”며 “김씨 유서를 강씨가 대필하지 않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대한 필적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강씨가 무죄라고 판단했고, 앞서 서울고법도 이를 재심 개시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검찰은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김기설씨가 유서를 직접 썼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적이 남아 있었다면 검찰 수사 당시 주요 증거로 제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므로, 전대협 노트에 적힌 글씨 등은 강기훈씨가 김씨 사후에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쪽 반박이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재심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이 전대협 노트 등의 필적감정을 놓고 다시 원점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재심 개시 확정 이유로 든 것도 김씨의 필적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문서감정인들의 증언 내용 일부가 허위임이 증명됐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오히려, 원심(서울고법)이 진실화해위의 필적감정 결과에 신빙성을 부여해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진실화해위의 감정 의뢰 결과와 관련해 전대협 노트의 발견 및 보관 경위를 둘러싼 관계자의 진술 내용에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전대협 노트 등이 김씨의 필적이라는 예단의 영향 아래 감정이 진행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1992년 강기훈씨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문서감정인의 증언이 허위로 밝혀져 재심 사유가 인정되지만, 문서감정과 관련해선 진실화해위가 새로 감정한 결과가 종전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결과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라며 “두 결과 중 어느 것도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며 향후 진행될 재심 재판에서 다시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처럼 유무죄 판단도 하지 않고 재심 여부만을 결정하는 데 3년 넘게 끈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고법은 2009년 9월15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으나 하루 만에 검찰이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고 이후 대법원은 침묵했다. 재심 개시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대법원은 그동안 ‘충실한 검토’ 때문이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증거관계가 복잡하고 쟁점에 대한 주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결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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