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34)씨
특검, 배임 등 범죄의도 의심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땅 매입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처가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34)씨와 공동구입하는 필지의 값을 애초 매도인이 요구한 액수보다 수억원 낮춰 계약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시형씨와 공동으로 구입한 필지의 매매가를 낮추면서 다른 필지의 값을 높인 행위가 시형씨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의 부담을 늘린 것으로, ‘배임의 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광범 특검팀은 사저 땅 주인 유아무개(56)씨가 전체 9필지를 54억원에 한꺼번에 팔기로 한 뒤, 이 가운데 주택이 자리잡고 있던 20-17번지(528㎡·155.7평)의 땅값을 30억원으로 특정해 요구했지만, 사저 터 구매를 담당한 경호처 직원 김아무개(56)씨의 반대로 25억원에 계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호처 직원 김씨는 애초 20억원에 계약하자고 주장했지만, 유씨가 세금 등을 이유로 반발해 중간가격에 합의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9필지 중 경호처가 단독 구입한 나대지 등 나머지 필지의 가격은 5억원 비싸게 책정됐다.
땅주인 유씨는 애초 나대지를 싸게 팔고 주택이 있는 20-17번지를 비싸게 팔아, 1세대 1주택 비과세 및 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을 통해 세금을 줄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경호처의 요구대로 25억원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30억원으로 계약하는 것보다 수천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더 내야 했지만, 출국 일정 등으로 귀찮아서 25억원에 합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씨가 이시형씨가 분담해야 할 몫을 낮추기 위해 이 지번의 땅값을 낮춰 계약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즉 이시형씨한테 이익이 가게 하려는 ‘범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호처는 이처럼 20-17번지의 땅값 자체를 낮춘 뒤 그 안에서 지분에 따른 부담 액수를 나눌 때도 다시 이시형씨의 몫을 줄여줬다.
특검팀은 이시형씨를 곧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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