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윤석열)는 25일 1800억원대의 기업어음(CP)을 부정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 등으로 구본상(42) 엘아이지(LIG)넥스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오춘석(53) 엘아지그룹 대표이사와 정종오(59) 전 엘아이지건설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 부회장 등은 엘아이지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890억원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9년 엘지그룹에서 분리된 엘아이지그룹은 2006년 그룹 주력사인 엘아이지손해보험 등의 주식을 담보로 3000억원을 빌려 건설사 건영을 인수하고 엘아이지건설을 만들었다. 구 부회장 등은 엘아이지건설이 부도날 경우 계열사 주식을 모두 잃어 경영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이자 계열사 주식을 되찾을 때까지 기업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기업어음을 판 돈으로 자신들의 주식을 되찾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기업어음을 산 757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 등은 기업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인 ‘에이(A)3 마이너스’를 받기 위해 엘아이지건설의 당기순이익을 조작해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