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65)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특검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조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창훈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윤옥씨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 결정됐다”며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해 청와대 쪽과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내외가 국외 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 (순방에) 앞서 조사 이야기가 나오는 건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가 품위를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순방 떠나기 전인) 5일과 6일은 조사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부부는 7일부터 11일까지 인도네시아와 타이를 방문한다. 김씨에 대한 조사는 귀국 뒤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청와대 방문조사와 제3의 장소 방문조사, 서면조사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12일 이후에야 조사가 가능하다는 건 대면조사를 전제했을 때고, 서면조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14일까지이고, 한차례 연장할 경우 이달 29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이 특검보는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봤을 때 김씨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더 절실해 보이는데, 이 대통령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 답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내곡동 사저 터의 땅주인으로 현재 미국에 있는 유아무개(56)씨에게 전자우편으로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임태희(56) 전 대통령실장의 경우, 사저 터 매입에 연루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만큼 서면으로 조사를 대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김윤옥씨 조사 방침에 대해 청와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내외의 공식 순방을 이틀 앞두고 김 여사가 마치 의혹의 당사자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가 원수 내외에 대한 예의에 맞지 않는다”며 “특검 조사에 응할지 여부는 특검이 앞으로 공식적으로 요청해온 뒤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춘화 안창현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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