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위기 부른 수뇌부가 개혁 나서면 누가 믿겠나”

등록 2012-11-23 20:53수정 2012-11-23 20:54

잇단 파문에 검찰 내부 위기의식
‘코드’ 맞춘 검사 인적쇄신 주장도
“권력에 약한 수사행태 막아야”
총장 퇴진론에 일부는 “속도조절”
내주 검사장 간담회서 개혁안 논의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겠다.”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 사건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서울동부지검 ㅈ(30) 검사의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이 격랑에 휩싸였다. 검사들은 “뉴스 보는 게 두렵다”며 아예 체념하는 분위기다. 23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에서 빗발치는 검찰개혁 요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이 총장의 직접적인 책임이라고 볼 순 없지만 상황 논리라는 것이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이 정도 사안에서 조직의 수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외부에서 총장에게 사퇴하라고 떠드는 건 상관없지만 검찰 내부에서 나가라는 목소리가 나오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개혁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다가오는데 이 위기를 만든 수뇌부가 개혁을 하겠다면 누가 그걸 제대로 믿어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임기를 채우기 전 사퇴는 하되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이프로스에 ‘총장님을 사랑하지는 않지만’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검찰 관계자는 “많은 조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총장님이지만 자체 개혁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순간까지는 퇴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지금 총장이 사퇴하면 검찰 전체가 너무 크게 흔들린다. 최소한 검찰개혁의 기틀은 다져놓은 상태에서 다음 정부 출범 이전에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전달하면서 사퇴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코드 맞추기’ 수사 논란을 빚은 수사 검사들까지 싸잡아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문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특정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지만 그동안 정치권이 개입된 숱한 사건들을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 한상대 검찰총장을 포함해 해당 사건 수사라인 책임자들만 옥석을 가려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된다”고 밝혔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건 등의 부실 수사로 수뇌부에 대한 검사들의 불만이 쌓여왔는데 최근 사건들이 기폭제가 됐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권력에 약한 수사 행태를 시스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총장은 오는 26·29일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사장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한 총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기소대배심 등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한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문재인 지지”
[전문] 안철수 대선후보 백의종군 선언문
버림받은 ‘호랑이계 아이돌’ 크레인을 모르나요
우려했던 일이…‘먹튀’ 론스타, 한국정부 상대 수조원대 ISD 제기
“검사 성관계 책임” 서울동부지검장 사의 표명
1100살 은행나무, 값어치 1조7천억 원
[화보] 안후보님, 뭐라고요? 궁금한 표정 문재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검찰, ‘정치인 체포조’ 연루 군·경 수사…윤석열 추가 기소 가능성도 1.

검찰, ‘정치인 체포조’ 연루 군·경 수사…윤석열 추가 기소 가능성도

응원봉 들고 나선 탄핵 광장…그 흔한 혐오도 위험도 없었다 2.

응원봉 들고 나선 탄핵 광장…그 흔한 혐오도 위험도 없었다

‘주 52시간 예외 추진’에…삼성·하이닉스 개발자들 “안일한 발상” 3.

‘주 52시간 예외 추진’에…삼성·하이닉스 개발자들 “안일한 발상”

[단독] 삼성전자노조 연구개발직 90% “주52시간제 예외 반대” 4.

[단독] 삼성전자노조 연구개발직 90% “주52시간제 예외 반대”

체감 -21도 ‘코끝 매운’ 입춘 한파 온다…6일 다다를수록 추워 5.

체감 -21도 ‘코끝 매운’ 입춘 한파 온다…6일 다다를수록 추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