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상대로 ‘감찰’이라는 칼을 빼들면서 검찰 조직이 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를 맞았다. 10월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 총장(오른쪽)과 최 중수부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재경 중수부장 감찰 논란
대학동기 단순한 조언 조사
“납득하기 힘들다” 반응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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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사들의 잇단 추문에 이어 검찰 수뇌부들끼리 정면으로 대결하는 파행이 연출되면서 검찰 조직이 걷잡을 수 없이 휘청거리고 있다. 최재경(50·사법연수원 17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전격적인 감찰 착수와 관련해, 한상대(53·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방안의 시기와 방법 문제를 둘러싸고 자신과 갈등을 빚은 최 중수부장을 겨냥해 무리하게 감찰이라는 ‘칼’을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의 밑바탕에는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의 ‘불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 중수부장은 최근 한 총장에게 “국민들이 요구하고 합의하면 중수부 폐지를 해야 한다. 검찰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외부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검찰개혁위원회에 문제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중수부장의 이런 제안에 대해 대검 내부에선 한 총장 이외에 많은 검사들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조직의 뜻을 충분히 모으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한 총장이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 총장은 그러나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는 30일로 예정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비리 사건에 대한 사과와 검찰개혁안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이 30일 개혁방안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현재 국면을 타개하지 않으면 본인이 지휘 책임을 지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장이 자신의 뜻과 다른 최 중수부장을 솎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감찰을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저녁 긴급브리핑에서 “김수창 특임검사팀한테서 최 중수부장의 품위손상 비위에 관한 자료를 이첩받아 감찰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는 한 총장이 “최 중수부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김수창 특임검사팀 의견을 묵살하고 직권으로 감찰본부에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겉으론 김 특임검사가 최 중수부장의 감찰을 의뢰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면서, 정작 한 총장 자신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모양새를 띠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다. 특임검사팀도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장이 임기를 ‘연명’하려고 최 중수부장을 찍어내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 내부에선 한 총장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외부에서 터져 나오는 한 총장 사퇴론의 동력이 검찰 내부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의 행태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총장이 조직 구성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이런 방식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오히려 내부 반발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한 총장을 만류하고 나섰다. 권 장관은 이날 밤 특별지시를 통해 “대검 감찰본부의 중수부장 감찰 착수와 관련해 검찰 내에서 상당한 혼란이 있는 것처럼 보도가 이루어지는 사태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심각한 우려를 밝힌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어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감찰 또는 수사는 적법절차에 따라 수행하고, 검찰개혁과 관련된 논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와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하여 심도 있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개혁방안 발표를 강행하려던 한 총장이 위·아래 모두로부터 불신임을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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