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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성잃은 한상대’ 감찰내용 직접 쓰고 장관지시 어긴채 ‘공개’

등록 2012-11-29 18:02수정 2012-11-29 23:54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한 직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한 직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감찰본부장 안나서자 ‘독주’…‘간부 반대의견’ 찬성 왜곡도
사퇴 버티다 ‘신임’ 단서 달고 사표…청와대에 폭탄 떠넘겨
여당 검찰개혁안엔 전면 안 나서고 중수부장 앞세워 대리전
‘검찰개혁 방안 발표는 예정대로, 사표 제출은 신임을 묻기 위해.’

한상대 검찰총장은 29일 빗발치는 검찰 안팎의 사퇴 요구에 못 이겨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임을 묻기 위한 것’이란 단서를 달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30일 검찰개혁 방안 발표를 강행하려는 것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총장이 사표 제출 사유로 제시한 ‘신임’의 주체는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으니, 사퇴가 옳은지 그른지 이 대통령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참모들의 집단행동으로 이미 지휘권을 상실한 ‘상처 입은 총장’이 어떻게든 국면을 전환해 보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폭탄’을 청와대로 넘기면서 마지막까지 총장직을 유지하려는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신임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설’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표를 낸다며 ‘신임’을 묻겠다는 건 한 총장이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사표 처리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연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지금까지의 뇌물수수·성추문 사건, 중수부장 감찰 파문 등과 관련해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성급하게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를 신임과 결부시키는 것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한 총장의 꼼수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의 정당성을 여기저기 알리기 위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검은 29일 오후 ‘대검 중수부장 감찰 관련’이란 제목의 자료를 냈다. 그런데 자료 제공의 주체는 쓰여 있지 않았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이 “감찰중이라 감찰 내용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반대하자, 한 총장이 직접 자료를 작성했다고 한다. 실제 이 본부장은 지난 28일 최 중수부장 감찰 사실을 공개한 긴급 브리핑도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총장은 이날 이 본부장을 몇차례나 불러 고함을 치며 자료를 내라고 독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총장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감찰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직무명령까지 내렸는데도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이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장은 이 자료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자료에는 28일 긴급 브리핑을 한 배경에 대해 ‘총장 주재 아래 차장검사 등과 같이 대책을 논의해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돼 있으나,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전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 사실 공개를 강행하려는 한 총장을 대검 간부들이 잇따라 찾아가 말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다급한 한 총장이 이런 정황을 왜곡해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한 총장의 이런 꼼수는 과거에도 있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상설특검제 등을 뼈대로 한 검찰개혁안을 내놨을 때 검찰이 보인 반응이 대표적이다. 최 중수부장은 사흘 뒤인 17일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안 위원장의 주장은)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 관계자는 “최 중수부장이 사법연수원 10기수나 선배인 전직 중수부장을 상대로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랬겠느냐. 한 총장이 시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물타기’했던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 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금요일로 잡았는데, 이에 반발한 기자들이 ‘기자실 자체 엠바고’에 합의해 그 다음주 월요일치로 기사를 썼다. 당시 금요일 발표를 지시했던 한 총장이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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