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가 두시간 교육 뒤에 발급받은 대한민국 박사모 사이버 전사대 특별대원 임명장
트위터 교육현장 찾아가보니
컴퓨터 놓인 10여평 사무실에
할아버지 10여명·아주머니 3~4명…
선거관련 글 퍼뜨리는 방법등 교육 임명장 수여식 뒤 70대 할아버지
“SNS가 뭐요” “소셜이 뭐요” 묻자
강사는 대답도 않고 자리 피해 지난 10월 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팬클럽 ‘박사모’가 서울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위터 교육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박사모 카페에 회원가입 뒤, 10월14일 오후, 기자는 교육을 받으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바른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바른뉴스>는 박사모 수석부회장 한병택씨가 운영하는 보수 인터넷 매체다. 10여평 사무실에는 15대 정도의 컴퓨터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컴퓨터 화면 앞에 할아버지 10여명과 아주머니 3~4명이 앉아 있었다. 박사모 동대문·성동지부장이자 경천대 서아무개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50대 남성이 다가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경천대라는 대학은 없었다. 그는 지난 6월 ‘이만호장’에 임명됐다고 했다. 강사는 대답도 않고 자리 피해 박사모는 트위터 팔로어가 1000명을 넘긴 회원을 ‘천호장’, 1만명을 넘긴 회원을 ‘만호장’으로 임명하고 있었다. 옛 몽골 군대 체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병택 박사모 수석부회장은 “지난 2월 트위터 교육 시작 이후 8개월만에 만호장이 벌써 200명”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가입법 설명이 끝난 뒤 ‘트윗애드온즈’라는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팔로어 수를 늘리는 교육이 시작됐다. ‘맞팔율’이 100%인 사람 위주로 무조건 팔로잉하라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를 팔로잉했을 때 그 사람도 자신을 팔로잉하는 비율이 맞팔율이다. 박근혜 후보에 유리하거나 야당 후보에 불리한 글을 퍼뜨리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일단 트윗애드온즈에서 ‘사랑의 생명나눔(사랑나눔 봉사단)’이란 모임에 가입한다. 모임 개설자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었다. 이 모임 활동가를 리스트에 추가하면, 그 사람이 올린 트윗이 자동으로 자신의 타임라인에 뜨는데, 그 글을 무조건 리트위트하면 된다고 강사는 설명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기사나 박사모 카페 게시글을 리트위트 하는 법도 배웠다. <바른뉴스> 사무실의 단골손님은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박사모 회원들이었다. 수시로 이곳에 모여 트위터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다.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자주 찾아오세요. 다른 사람들도 트위터 하러 자주 옵니다.” 한 수석부회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잠깐 여기 주목해주세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었다. “지금 우리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온라인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 오신 분들을 중심으로 …사이버전사대를 결성하려고 합니다. …사명의식을 가지고 오늘 부지런히 배우십시오.” 회원들은 박수를 쳤다. 할아버지들의 눈빛은 결의로 빛났다. 조아무개 할아버지가 돋보기 안경을 손에 쥐고 말했다. “우리가 예전에 이것(트위터) 때문에 졌잖아.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이날 두 시간 남짓 교육을 받은 모든 회원에게 사이버전사대 임명장이 수여됐다. 70대 김아무개 할아버지는 1시간 넘게 트위터에 가입도 못하고 쩔쩔매다 갑자기 서 교수에게 물었다. “에스엔에스가 뭐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자라는 대답에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서 교수는 자리를 피해 버렸다. 할아버지는 주변 회원들에게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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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10여명·아주머니 3~4명…
선거관련 글 퍼뜨리는 방법등 교육 임명장 수여식 뒤 70대 할아버지
“SNS가 뭐요” “소셜이 뭐요” 묻자
강사는 대답도 않고 자리 피해 지난 10월 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팬클럽 ‘박사모’가 서울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위터 교육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박사모 카페에 회원가입 뒤, 10월14일 오후, 기자는 교육을 받으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바른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바른뉴스>는 박사모 수석부회장 한병택씨가 운영하는 보수 인터넷 매체다. 10여평 사무실에는 15대 정도의 컴퓨터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컴퓨터 화면 앞에 할아버지 10여명과 아주머니 3~4명이 앉아 있었다. 박사모 동대문·성동지부장이자 경천대 서아무개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50대 남성이 다가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경천대라는 대학은 없었다. 그는 지난 6월 ‘이만호장’에 임명됐다고 했다. 강사는 대답도 않고 자리 피해 박사모는 트위터 팔로어가 1000명을 넘긴 회원을 ‘천호장’, 1만명을 넘긴 회원을 ‘만호장’으로 임명하고 있었다. 옛 몽골 군대 체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병택 박사모 수석부회장은 “지난 2월 트위터 교육 시작 이후 8개월만에 만호장이 벌써 200명”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가입법 설명이 끝난 뒤 ‘트윗애드온즈’라는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팔로어 수를 늘리는 교육이 시작됐다. ‘맞팔율’이 100%인 사람 위주로 무조건 팔로잉하라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를 팔로잉했을 때 그 사람도 자신을 팔로잉하는 비율이 맞팔율이다. 박근혜 후보에 유리하거나 야당 후보에 불리한 글을 퍼뜨리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일단 트윗애드온즈에서 ‘사랑의 생명나눔(사랑나눔 봉사단)’이란 모임에 가입한다. 모임 개설자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었다. 이 모임 활동가를 리스트에 추가하면, 그 사람이 올린 트윗이 자동으로 자신의 타임라인에 뜨는데, 그 글을 무조건 리트위트하면 된다고 강사는 설명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기사나 박사모 카페 게시글을 리트위트 하는 법도 배웠다. <바른뉴스> 사무실의 단골손님은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박사모 회원들이었다. 수시로 이곳에 모여 트위터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다.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자주 찾아오세요. 다른 사람들도 트위터 하러 자주 옵니다.” 한 수석부회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잠깐 여기 주목해주세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었다. “지금 우리는 일생일대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 온라인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 오신 분들을 중심으로 …사이버전사대를 결성하려고 합니다. …사명의식을 가지고 오늘 부지런히 배우십시오.” 회원들은 박수를 쳤다. 할아버지들의 눈빛은 결의로 빛났다. 조아무개 할아버지가 돋보기 안경을 손에 쥐고 말했다. “우리가 예전에 이것(트위터) 때문에 졌잖아.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이날 두 시간 남짓 교육을 받은 모든 회원에게 사이버전사대 임명장이 수여됐다. 70대 김아무개 할아버지는 1시간 넘게 트위터에 가입도 못하고 쩔쩔매다 갑자기 서 교수에게 물었다. “에스엔에스가 뭐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자라는 대답에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서 교수는 자리를 피해 버렸다. 할아버지는 주변 회원들에게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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