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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노동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희망 생긴다”

등록 2012-12-23 20:31수정 2012-12-23 21:46

23일 오후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강서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영도구 대교동 구민장례식장에서 한 노동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3일 오후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강서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영도구 대교동 구민장례식장에서 한 노동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문가들 진단과 해법
노동개선 기대감 깨지자
극단적인 선택 잇따라

“박당선인, 전향적 태도로
절망 빠진 이들 어루만져야
방치땐 비극 계속 이어져”
18대 대통령 선거가 야권의 패배로 끝난 뒤, 해고 사태와 생활고 등으로 고통받던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 절망에 빠진 노동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35) 조직차장에 이어 22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운남(41)씨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망자의 지인들은 공통적으로 “대통령 선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현실이 바뀔 것을 기대하고 야권을 지지했던 일부 노동자들이 대선 이후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진 것을 잇단 자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미래에 대한 절망이 우울증을 심화시키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진보진영이 똘똘 뭉쳤는데도 정권교체가 안 되는 것을 목도하고 일부 노동자들이 ‘영원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들이 자살을 갑자기 결정했다기보다는 유예했던 자살 시도를 대선 뒤 결행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쌍용차 사태 등을 겪은 노동자들의 자살 욕구는 충분히 축적돼 있었다”고 진단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노조 탄압이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대선 결과를 보고 조합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흐지부지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노동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을 상담해온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대선 직전에도 쌍용차 해고노동자 3명이 자살 기도를 했다가 살아났다. 노동자들의 절망감 수준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자살하려는 노동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당선인이 노동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속히 밝히고, 야권과 진보진영이 시급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1991년 봄 학생·노동자 10명의 연쇄자살은 민주화가 좌절된 것에 대한 절망감에서 비롯했던 것인데, 지금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훨씬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이명박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당선인이) 빨리 보여줘야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시민·노동운동 진영이 실의에 빠진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시급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운동 등은 정치권에서 신경쓰지 않던 민생 이슈들을 시민운동이 진척시킨 사례다. 정치가 아니라도 시민사회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5년 내내 절망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3일 성명을 내 “지난 5년보다 더한 5년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암담함이 젊은 청춘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몰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합을 말하려면 노동현안 해결부터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박 당선인이 인수위 구성 등으로 바쁘겠지만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메시지부터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재현 정환봉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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