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 성폭행’ 40대 무죄원심 깨고 징역형
1심선 “피해자 진술 자꾸 바뀌어”
고법 “친족간 성폭력 특수성 고려”
1심선 “피해자 진술 자꾸 바뀌어”
고법 “친족간 성폭력 특수성 고려”
이혼 뒤 외동딸을 찾아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선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ㄱ(40)씨는 이혼 뒤 외동딸을 처가 쪽에 맡겼다. 하지만 돌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외동딸은 친척집을 옮겨다녀야 했다. ㄱ씨는 이따금 딸을 찾아가 잠든 사이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몸을 더듬거나 성폭행을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ㄱ씨의 딸은 검찰 대질조사에서 “아빠 불쌍해서 말 안 했는데, 할 말 없어요? 자꾸 그러면 아빠 벌 더 쌓일 것 같은데”라는 말까지 했으나, ㄱ씨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ㄱ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자꾸 바뀌어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어른한테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연극을 했다”고 밝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2012년 걸림돌 판결’로 이 사건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판단이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주현)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ㄱ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ㄱ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을 이수하라고 명령하고 개인정보를 10년 동안 공개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1년 넘게 수차례 범행했다. 피해자가 범행 시점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서 신빙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 태도로 미뤄 도저히 연극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친족간 성폭력 범죄는 다른 성폭력 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범행을 띄엄띄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피해자가 오랜 기간 친족간 성폭력 범죄를 당한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이런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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