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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플래시몹이 집회?

등록 2013-03-31 20:25수정 2013-03-31 20:44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케이팝(K-POP) 댄스 플래시몹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케이팝(K-POP) 댄스 플래시몹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대법 “정치·사회적 요구 있다면 집회”
청년실업 퍼포먼스 주최자에 벌금형
“표현의 자유 위축시키는 검열” 반발
퍼포먼스 형태의 ‘플래시 몹’(불특정 다수가 특정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약속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것) 방식으로 집회를 열더라도, 정치·사회적 주장을 대외에 알리는 모양을 띠었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모임의 내용을 기준으로 사전신고 여부를 따지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 행위로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년유니온 준비위원회 위원장이자 인터넷 카페 ‘청년유니온’의 카페지기인 김영경(33)씨는 고용노동부가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하자 규탄 모임을 열기로 하고 카페 공지사항에 2010년 4월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자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약속된 날짜와 장소에서 회원 10여명과 함께 플래시 몹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법정에서 ‘플래시 몹은 집회가 아니라 순수한 예술행위’라고 주장했다. 집시법 15조는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 대해선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집시법의 집회에 해당한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전에 카페 회원들을 독려한 점, 모임 장소가 불특정 다수의 많은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명동 한복판인 점, 모임 참가자들이 ‘청년유니온 노조 설립을 허하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북을 치며 구호를 외치는 등 정부의 청년실업 정책을 비판한 점을 종합해 보면 이 모임은 순수한 의미의 예술적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퍼포먼스 형식을 빌려 정부의 청년실업 정책 등을 비판하는 등 자신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개최된 집회로,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있는 집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집회를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모임은 집시법 15조에 의해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정부의 청년실업 정책을 규탄하는 등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 아래 개최된 집시법의 옥외집회에 해당해 사전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임의 내용을 기준으로 집회 사전신고 여부를 따지는 것은 자칫 ‘사전허가제’로 악용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집시법이 존재하는 것은 여러 사람이 모일 경우 위험성이 발현되기 때문인데, 위험성이 아닌 집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위법성을 따지면 검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인 내용이 있을 경우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집시법에 없다. 문화행사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내용에 상관없이 신고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이경미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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