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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엄마들의 적 ‘등센서’가 궁금해요

등록 2013-05-31 15:14

사진 한겨레 김은형.
사진 한겨레 김은형.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질문을 han21@hani.co.kr로 보내주십시오.

이제 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인데요. 아기들은 왜 등만 땅에 닿으면 깨거나 울까요? 일명 ‘등센서’라고 하는데요. 등센서는 정말 모든 엄마의 적이자 궁금증입니다. 왜 그런지 꼭 알려주세요. 이왕이면 등센서 극복 방법도요.(한은정)

고백부터! 하겠습니다(기사를 이렇게 저자세로 쓰긴 처음입니다). 사실! 저 남자입니다(사실이 아니라면 저는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요). 게다가! 미혼입니다(남자인데다 미혼이 죄는 아닌걸요). 당연히! 아이가 없습니다(미혼 남성이 반드시 ‘무자식’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는 ‘주의’입니다만). ‘육아의 고수’이신 전국의 엄마·아빠 틈에서 ‘상팔자’로 살아온 처지로서!(저에 대한 사회·문화적 ‘색깔론’입니다) 생물학적 한계에 결연히 맞서며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각종 육아 사이트엔 한은정님처럼 등센서의 난감함을 호소하는 글이 수백 건씩 올라와 있습니다. 태어난지 4일밖에 안 된 아기가 벌써 본색을 드러냈다며 울상인 엄마가 있고, 19개월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잠투정 작렬’이라며 위로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바닥에만 누이면 울음 엔진에 시동을 건다는 ‘정통 등센서’부터, 등에 손만 대도 온몸을 오징어처럼 꼰다는 ‘초민감등센서’까지 성능도 다양합니다. 3년 전 <한겨레> 김은형 기자는 등센서를 “영화 <식스센스>보다 458배 공포스러운, 아기들에게만 있는 제6의 감각”으로 정의(<한겨레21> 812호)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사무실 동료들에게 ‘아기들은 왜 등센서를 달고 사는지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6살 난 아들을 둔 옆자리 남자 기자는 ‘분리 불안’이란 전문용어를 쓰며 아는 체했습니다. “아빠가 아닌 ‘엄마’의 체온과 심장 박동을 느껴야 심리적 안정을 찾는 아기의 본능 탓”이란 주장입니다. “엄마만 죽을 노릇이었다”라며 헤헤거리는 이 인간의 정체는, ‘킬링캠프’ 칼럼을 연재하는 바로 그 ‘X기자’입니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후배 여기자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는 “내 아이는 하루 11시간을 자는 ‘슈퍼울트라 순둥이’로서 나와 등센서는 무관한 이야기” 라더니 “왜 결혼도 안 한 남자가 겁도 없이 이런 난제에 답을 하려고 덤비냐”며 저를 꾸짖었습니다.

우울한 마음에 ‘엄마학교’ 서형숙 대표님(<거꾸로 사는 엄마> <엄마학교> 등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 대표님은 등센서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등센서는 좋은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센서가 있다는 것은 아기가 싫고 좋은 것을 감각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며 “그만큼 아기가 똑똑해지고 있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서 대표님 첫째아이의 등센서는 18개월 동안 작동할 만큼 ‘고성능’이었다는군요. 서 대표님은 “언젠가 자기 남자와 여자를 찾아갈 아이들과 인생을 통틀어 몸과 마음을 틈 없이 밀착할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이므로 오히려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하우도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업거나 안은 채 같이 옆으로 누우면 아기들은 엄마 등이나 품인 줄 알고 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아기 가슴을 살짝 눌러주면서 바닥으로 옮기면 엄마와 밀착된 느낌을 유지하며 잠을 잔다는군요. 물론! 제가 실험해볼 순 없었습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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