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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선거개입 ‘단죄’ 뜻…‘박근혜 지원’ 다시 논란일듯

등록 2013-06-11 22:14수정 2013-06-11 22:56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채동욱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원세훈 ‘선거법 위반’ 기소

국정원장 지위 이용한 선거개입
‘관권선거’나 다름없다고 판단
게시글·댓글 수만건 확인 분석
‘원장님 지시’ 불법성 고리 파악
검찰이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이란 악습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단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선거법 적용 불가’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고,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데도 수사팀이 애초 판단대로 선거법 적용을 관철한 대목에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에서 핵심은 원 전 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국정원의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입증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취지로 볼 때 가벌성이 높다고 본 탓이다. 특히 국정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면 사실상 ‘관권선거’나 다름없는 중대한 사태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옛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활동한 인터넷사이트 15곳을 전방위로 추적해 게시글·댓글 1만여건을 찾아냈고, 박근혜·문재인 후보 등과 관련된 글 수백건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 등을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올린 글들과 원 전 원장 지시 사이의 연관성을 캐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황 장관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난색’을 보였다. 겉으론 문제의 글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나 관련자 진술이 부족하다는 견해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당선됐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불법 활동이 대선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할 수는 없지만,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전 원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선거를 닷새 앞둔 12월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이 저를 흠집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는 게 박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민주당 쪽이 국정원 직원의 차를 들이받아 집을 알아낸 것을 두고는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할 수법”이라며 ‘인권침해’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검찰 수사에서 180도 뒤집힌 셈이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로, 국정원은 불법 정치·선거 개입이라는 오점을 또 남겼다. 국가안전기획부는 1997년 대선 직전 이른바 ‘북풍’ 사건으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후 이름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꿨지만, 또 ‘음지’에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필 조혜정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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