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박소연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들머리에서 개고기 식용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현장 모란시장 풍경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
전국최대 개고기시장서 시위
상인들 물뿌리며 저지 나서 이른바 ‘믹스견’인 호두는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 11일 오후 1시 등장했다. ‘전국 최대 개고기 시장’에 말복 하루 전 나타난 것이다. “물 뿌려!” “나가라고!” 호두는 상인들의 분노에 어리둥절, 시장 입구에 멈춰섰다. 호두 곁에서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개고기 10년 안에 금지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알림판을 들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불빛이 터지는 가운데 상인들은 물까지 뿌리려다 제지당했고, 경찰까지 상인들과 엉켰다. 박 대표는 11년 전 입양한 유기견 호두를 감싸 안았다. 철조망에 갇힌 ‘누렁이’들은 태연했다. ‘○○건강원’ ‘○○축산’ 등 간판 아래마다 놓인 좁은 개장 속 개들은 한데 엉켜 침을 흘리거나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드러누웠다. 한 남자는 개 한 마리의 목에 밧줄을 걸어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개는 뒷걸음질로 발버둥쳤지만 이내 가게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상인들의 심기는 무척 불편해 보였다. 철조망 안에 갇힌 누렁이들과 호두의 ‘대조’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듯했다. 박씨가 호두를 안고 나타나기 전,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은 모란시장 입구 철물점 옆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제목은 <보신탕>. 살아 있는 개를 때리고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잔혹한 장면들이 화면을 메웠다. 그 옆 철물점 좌판에는 낫과 도끼, 삽, 망치, 그물망 등이 진열돼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상과 연장들이 겹쳐지며, 개를 잡기 위한 도구처럼 보였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말복 전날임에도 개고기를 사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손자·손녀를 데리고 온 한 할머니는 모란시장에서 닭고기를 샀다. “할머니, 여기에 닭들은 왜 이렇게 많아? 토끼도 있네?” “사람들이 잡아 묵을라꼬.” “그럼 할머니, 개들은 왜 이렇게 많아?” 할머니는 손녀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요놈은 10근, 저놈은 20근.” 할머니 옆에서 한 상인은 개장에 나무 막대기를 집어넣고 개를 툭툭 치며 이렇게 설명했다. 상인들은 개고기 1㎏에 1만8000원, 한 마리를 사면 ㎏당 1만~1만4000원이라고 흥정했다. 모란시장에는 한때 개고기 가게가 47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3곳만 남아 있다.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 이아무개(59)씨는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쟤네들은 닭, 돼지, 소고기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왜 개고기만 갖고 시비야?”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마지막 복날 캠페인’이 마무리되자, 상인들은 모란시장 입구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개는 축산동물에 속하지 않잖아. 개가 축산동물로 지정되면 더 골치 아파. 대기업 자본이나 마트가 개고기에 손이라도 대면 어쩔 거야?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다 죽어나는 거야.” 모란시장 곳곳에선 목에 밧줄을 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둥대는 개들이 보였다. 개 울음소리도 여기저기 들려왔다. 30년째 개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52)씨는 “개를 잡을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할 만큼, 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성남/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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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최대 개고기시장서 시위
상인들 물뿌리며 저지 나서 이른바 ‘믹스견’인 호두는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 11일 오후 1시 등장했다. ‘전국 최대 개고기 시장’에 말복 하루 전 나타난 것이다. “물 뿌려!” “나가라고!” 호두는 상인들의 분노에 어리둥절, 시장 입구에 멈춰섰다. 호두 곁에서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개고기 10년 안에 금지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알림판을 들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불빛이 터지는 가운데 상인들은 물까지 뿌리려다 제지당했고, 경찰까지 상인들과 엉켰다. 박 대표는 11년 전 입양한 유기견 호두를 감싸 안았다. 철조망에 갇힌 ‘누렁이’들은 태연했다. ‘○○건강원’ ‘○○축산’ 등 간판 아래마다 놓인 좁은 개장 속 개들은 한데 엉켜 침을 흘리거나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드러누웠다. 한 남자는 개 한 마리의 목에 밧줄을 걸어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개는 뒷걸음질로 발버둥쳤지만 이내 가게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상인들의 심기는 무척 불편해 보였다. 철조망 안에 갇힌 누렁이들과 호두의 ‘대조’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듯했다. 박씨가 호두를 안고 나타나기 전,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은 모란시장 입구 철물점 옆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틀었다. 제목은 <보신탕>. 살아 있는 개를 때리고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잔혹한 장면들이 화면을 메웠다. 그 옆 철물점 좌판에는 낫과 도끼, 삽, 망치, 그물망 등이 진열돼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상과 연장들이 겹쳐지며, 개를 잡기 위한 도구처럼 보였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말복 전날임에도 개고기를 사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손자·손녀를 데리고 온 한 할머니는 모란시장에서 닭고기를 샀다. “할머니, 여기에 닭들은 왜 이렇게 많아? 토끼도 있네?” “사람들이 잡아 묵을라꼬.” “그럼 할머니, 개들은 왜 이렇게 많아?” 할머니는 손녀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요놈은 10근, 저놈은 20근.” 할머니 옆에서 한 상인은 개장에 나무 막대기를 집어넣고 개를 툭툭 치며 이렇게 설명했다. 상인들은 개고기 1㎏에 1만8000원, 한 마리를 사면 ㎏당 1만~1만4000원이라고 흥정했다. 모란시장에는 한때 개고기 가게가 47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3곳만 남아 있다.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 이아무개(59)씨는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쟤네들은 닭, 돼지, 소고기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왜 개고기만 갖고 시비야?”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마지막 복날 캠페인’이 마무리되자, 상인들은 모란시장 입구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개는 축산동물에 속하지 않잖아. 개가 축산동물로 지정되면 더 골치 아파. 대기업 자본이나 마트가 개고기에 손이라도 대면 어쩔 거야?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다 죽어나는 거야.” 모란시장 곳곳에선 목에 밧줄을 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둥대는 개들이 보였다. 개 울음소리도 여기저기 들려왔다. 30년째 개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52)씨는 “개를 잡을 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할 만큼, 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성남/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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