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긴급현안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날 황 장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자신도 ‘의혹’이 나오면 스스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삼성 금품 수수’ 의혹 파장
채동욱 감찰때 의회 출석해
“나에 대한 의혹 제기되면
스스로 조사 요청할 것” 발언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적극 나설지도 관심
채동욱 감찰때 의회 출석해
“나에 대한 의혹 제기되면
스스로 조사 요청할 것” 발언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 적극 나설지도 관심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때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이미 이름을 올렸다. 당시 특검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내사 종결했으나 구체적인 금품수수 의혹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엔 황 장관이 부장검사 시절 삼성그룹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황 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자신도 ‘의혹’이 나오면 스스로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황 장관이 자신의 공언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감찰을 요구할지 주목된다.
검찰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황 장관은 1999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재직 때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고위 임원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윤락업계 종사자들과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수상한 돈 흐름을 발견하고 이 그룹 구조본의 고위 임원이 여대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등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임원 등을 조사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그 직후 황 장관이 삼성 쪽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의류 상품권 등을 받았다는 것이다.
황 장관은 4일 보도자료를 내어 자신의 금품수수 의혹은 2008년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및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특검 수사에서 황 장관 등의 금품수수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결론난 게 아니라, ‘사실 입증이 되지 않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종결’된 사안이다.
황 장관이 삼성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황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논란에 대해 묻자 “총장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밝히면 된다. 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저 스스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13일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면서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한테도 해당된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혹 조사가 진행될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나서게 된다. 민정수석실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반을 꾸려 조사에 나선 전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6일 3자 회담 때 채 전 총장 의혹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는데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제기된 의혹은 감찰로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더구나 황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혼외 아들 의혹과 달리 직무 처리와 관련한 금품 수수 의혹이어서 공직자 윤리상 가벌성이 크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황 장관의 금품수수 의혹 감찰 여부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안에선 채 전 총장 사태를 거치면서 황 장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져 민정수석실이 적극 조사에 나서지 않거나 조사를 하더라도 비공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채 전 총장 사퇴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이 내놓는 의혹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필 석진환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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