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결함…김포 대신 인천 착륙
안내 부실·편의 뒷전에 승객들 원성
안내 부실·편의 뒷전에 승객들 원성
제주항공이 항공기를 4시간 넘게 지연시키며 한밤에 유아·노인을 포함한 승객을 공항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9일 저녁 7시50분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제주항공 7C124편은 4시간40분 지연된 10일 0시30분께 이륙했다. 그조차 애초 도착 예정지인 김포공항의 야간 운항통제시간(밤 10시~오전 6시)과 겹쳐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제주항공은 이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기본적인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다. 한밤에 제주공항에 갇힌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자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밤 9시40분께 음료를 제공했다. 제주공항 상점이 이미 문을 닫은 뒤여서 식사를 할 수도 없었다. 제주항공은 지연 이유를 안내방송하지도 않았다. 승객 김아무개(24·여)씨는 “저녁 8시15분께 안전 점검 중이라는 방송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왜 출발이 지연되는지 방송이 없었다. 제주항공 직원에게 직접 물으니, 그제야 대체 항공기를 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쪽은 “계기판에 이상 신호가 떠서 해당 항공기를 점검하고 대체 항공기를 구하느라 출발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승객들의 불만은 증폭됐다. 아기와 노인을 동반한 승객들이 긴 대기 탓에 피로를 호소하자, 제주항공 쪽은 “숙박은 제공할 수 있지만 다음날 항공기 예약이 만석이어서 교통은 보장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에게 리무진 버스를 제공하고 교통비 3만원을 지급했다. 교통비는 2만원을 주겠다고 했다가 항의가 폭주하자 1만원을 올려준 것이다. 4시간 넘게 기다린 승객에게 별도의 환불 절차는 없었다. 제주항공 쪽은 “교통비 3만원 안에, 항공기 지연시 규정에 따른 항공료 환불 30%가 포함됐다”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주장했다.
이른바 저가항공의 취항 이후 제주공항의 지연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고려대 김범수 교수가 함께 연구·발표한 ‘저비용 항공사 취항이 제주 항공 수요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제주공항의 국내 항공편 지연율은 저가 항공사 취항 이전 3%에서 5%로 높아졌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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