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의도적으로’ 삭제됐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 비밀로 보관하고,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15일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회의록을 생산·보존해야 할 책임자임에도 회의록 파기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6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 다른 참여정부 때 인사들은 회의록 초본 삭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백 전 안보실장을 통해 조 전 비서관에게 회의록 초본 삭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9일 회의록 초본을 보고 받고, 같은달 21일 최종결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노 전 대통령이 초본 수정 지시를 내려 조 전 비서관은 수정본을 작성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2월 말에서 2008년 1월 초께 ‘수정된 회의록 한 부는 국가정보원에 1급비밀로 보관하고, 이지원(참여정부 때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초본)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실무진에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시에 따라 2008년 1월30일에서 2월14일 사이 대통령기록물인 회의록 초본을 이지원 관리부서인 업무혁신비서관실을 통해 삭제·파기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퇴임하며 회고록 집필 등을 목적으로 이지원의 자료를 복사해 만든 ‘봉하 이지원’에 회의록 수정본이 남아 있는 경위도 밝혀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회의록을 봉하 이지원에 포함시키려 2008년 2월14일 국가기록원 이관을 위해 이지원의 일반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담당자들의 협조를 받아 ‘메모 보고’에 수정된 회의록을 첨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이 메모 보고를 열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일부 다른 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임기 동안에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되어 있는데, 수정본에는 “내가 임기 동안에 엔엘엘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뀐 것은 국정원이 실제 녹음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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