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구로 복합건물 공사장 큰불…2명 사망·9명 부상
값싼 가연성 자재 삽시간에 ‘화’ 키워

등록 2013-11-26 21:39수정 2013-11-27 08:23

지하 2층 용접중 판넬에 불붙어
소방차 39대 동원 30분만에 진화
안전교육실서 탈출 못해 참변
서울 구로동의 고층 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숨진 현장 노동자들은 화재시 유독성 가스를 내뿜는 가연성 소재로 이뤄진 ‘안전교육실’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화성 물질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지 못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겼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도 제기됐다.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사용한 가연성 자재와 공사 기한을 앞당기기 위한 주먹구구식 작업 방식이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1시35분께 구로동 ‘지밸리 비즈플라자’ 신축 공사장 지하 2층에서 불이 나 30분 만에 꺼졌다. 지하에서 용접 작업 중에 불꽃이 ‘샌드위치 패널’에 옮겨붙었고 천장 틈새로 불이 올라가 2층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39대와 소방관 75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 건물의 시공사는 코오롱글로벌, 감리는 희림컨소시엄이 맡았고, 지난해 2월 착공해 내년 7월 완공 계획이었다. 지상 20층·지하 4층짜리 건물 2개동과 지상 2층·지하 4층짜리 건물 1개동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업무·숙박·판매·문화·집회시설 등 복합 용도로 호텔·상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이 불로, 현장 노동자 장아무개(65)씨와 허아무개(53)씨는 3개동 중 상가동 2층인 안전교육실에서 숨졌다. 가건물로 지어진 안전교육실은 창문이 한 개에 불과해 탈출이 쉽지 않았다. 화재 당시 안전교육실에서 5명이 쉬고 있었고, 장씨·허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탈출했다. 공사 현장에 있던 380여명은 불이 나자 긴급히 대피했다.

공사 현장에는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장에는 소화기만 비치됐을 뿐 소화전·스프링클러·화재경보설비·방화구획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용접 작업과 인화성 물질인 우레탄폼 도색 작업 등이 동시에 벌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2월부터 사고 현장에서 일해온 노동자 ㄱ씨는 “13개 하청업체가 섞여 일하다 보니 작업계획서에 맞춰서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공사 기한을 당기기 위해 용접과 우레탄폼 도색 작업 등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산업안전보건법 48조 등을 보면, 안전관리자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이 작업 순서에 맞춰 일하도록 돼 있다.

공사 기한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벌인 데 따른 인재라는 증언도 나왔다. 박종국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은 “사고 현장 노동자들을 조사해보니 공사 기한이 늦어질 것 같아서 공사를 서두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가연성 자재를 사용한 것이 화재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국장은 “해당 작업장에서는 불연성 자재에 비해 2.5~3배가량 싼 가연성 자재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우레탄폼에 불이 붙으면 유독성 연기를 뿜어내고, 이 연기에 질식하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 고용노동부는 현장 노동자들과 관리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함께 작업장 안전 관련 법령 위반 등 과실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1.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2.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3.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4.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5.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