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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자보는 선동”…‘안녕들하십니까’가 불편한 조선일보

등록 2013-12-15 15:40수정 2013-12-24 09:49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내에 붙은 ‘안녕하십니까’ 호응 대자보들을 읽고 있는 학생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내에 붙은 ‘안녕하십니까’ 호응 대자보들을 읽고 있는 학생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 주장 되풀이에 누리꾼들 “설득력 없다”
‘안녕들 하십니까’ 제목의 대자보가 수많은 ‘응답’ 대자보들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 현상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조선일보>가 대자보 열풍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는 보도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14일 오후 2시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 이런 글에 몰리는 대학생들’이란 제목으로 인터넷 기사를 올렸다. 10일 고려대학교에서 주현우씨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가 전국 대학가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짚은 기사다.

이 기사는 ‘주씨의 주장이 틀린 사실을 근거로 삼았다’는 주장을 펴는 등 대자보 유행을 폄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주씨는 대자보에서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으로 불거진 철도 민영화 논란과 이에 대한 철도노조의 파업을 주로 언급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를 반대했다는 것 때문에 4213명이 직위해제 됐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지 않겠다던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다”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기사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라며, 철도 민영화 시도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주씨의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철도 민영화 시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로는 “정부는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박으면서 파업자 전원을 직위해제했다”고만 밝혔다.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아 철도 민영화 시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이다.

또 “철도노조가 9일 파업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 취소시키며 내건 요구 조건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를 열지 말고, 임금을 8.1%(자연승급분 포함) 인상하라’는 것이었다”,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판단인다”라고 전해, 철도노조의 파업이 속으론 임금 인상을 위한 것인데 겉으론 철도 민영화 저지를 내건 것처럼 묘사했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주씨의 대자보는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부산대 등 전국 대학가로 퍼져나가 사회적 현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조선일보 기사는 주씨의 대자보에 대한 비판을 앞세워 이를 한꺼번에 깎아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기사 말미에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이사회=민영화’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민영화 반대를 내걸었지만, 실제론 임금 인상 요구하며 파업한 거 아니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틀린 전제로 선동”, “안녕들 하십니까 정도 수준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는 걸 보니 요즘 대학생들 글 참 못쓰네” 등 대자보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의 의견들만 일방적으로 나열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후 4시께 대자보 전문을 포함해 원래 기사 내용을 좀 더 다듬은 기사를 내보냈는데, 새 기사에서는 “고려대 대자보는 일방 주장만을 사실처럼 전제한 뒤, 학생들에게 “외면하지 말라”며 감정적인 호소를 이어간다”, “한편 14일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안녕들 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의 필자가 과거 진보신당 일인시위에 동참했던 당원이라는 내용도 확산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조선일보는 로그인한 사람에게만 댓글 달기를 허용하고 있는데, 누리꾼들은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다”며 주로 이 기사들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기자님 이름도 없고 내용이 하나도 설득력이 없네요”(아이디 sooo****), “파업을 했다고 바로 직위해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하는 논조가 역시 자본가나 기득권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신문답군요”(아이디 kd****), “하도 어이가 없어서 로그인까지 하는 수고를 했습니다”(아이디 jegal****)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안녕들하십니까?’ 한겨레 영문판 기사 바로가기 : New student movement asks “How are you nowa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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